현장 감식서 방폭등 1개 파손 확인…고용부 창원지청, 특별근로감독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수사본부가 STX조선해양 중대 재해에 대해 유증기에 전기 스파크가 만나 폭발사고가 난 '전기적 요인'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STX조선해양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가는 등 안전 관련 준수 여부도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김태균 수사본부장은 21일 오전 폭발사고 합동감식 현장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폭등, 피복선 노후화, 유증기 사고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하고 있다"며 "특히 전기적 원인에 대해 중점적으로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가스 폭발 위험성이 있는 곳에서 사용하는 조명등인 방폭등과 도장작업을 위한 작업등에 연결된 피복이나 가스를 빨아들이는 (환풍)팬 피복이 닳아 벗겨져 전기 스파크로 말미암아 폭발이 발생한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 사고 탱크 안 유독가스를 밖으로 배출하는 배기 호스 모습. 파손되어 테이프를 감아놓은 곳이 눈에 띈다. /STX조선해양 폭발사고 유족 대표단

이날 오전 해양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 6개 기관은 사고 현장인 운반선 내부 12m 아래 잔유 보관 탱크(RO 탱크) 등을 오가며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현장 감식에서 사고 현장 탱크 내 설치된 방폭등 4개 가운데 1개가 깨진 것이 확인됐다. 따라서 폭발에도 나머지 3개 방폭등은 상태가 양호했기 때문에 방폭등 1개가 파손되면서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사본부는 수거한 방폭등과 분무기건(스프레이건) 2개를 국과수에 의뢰해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영민 STX조선해양 안전품질담당 수석부장은 "폭발이 일어나려면 인화성 물질과 산소가 있어야 하고, 그다음 폭발을 일으키는 발화원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회사 차원에서 발화원이 무엇인지 밝혀진 게 없다. 우리도 국과수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작업자들이 들어가는 공간이 좁은데, 차고 갔던 공구가 벽 쪽에 부딪혀서 스파크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느냐?"고 하자, 김 부장은 "도장 작업을 하는 이들은 발화원이 있는 공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는 옷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 당일인 지난 20일 오전 8시 35분께 작업승인이 이뤄졌으며, 오전 10시 15분부터 도장 작업이 시작됐다고 확인해줬다.

▲ 지난 20일 폭발사고가 난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내부 12m 아래 잔유 보관 탱크(RO 탱크)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파손된 방폭등과 온전한 방폭등. /창원해양경찰서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이번 현장 감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또 이와 별도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이날 오후 1시부터 STX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분야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2주 동안 STX조선해양 안전·보건 등 전반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산청 내 감독관과 안전보건공단 등 전문가 19명이 투입됐다.

STX조선해양 회사 측에서 이날 현장 감식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을 "여기는 방산업체다. 취재진이 드나들면서 다칠 우려도 있다"며 출입을 막아 기자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기자들은 "선박탱크 폭발사고로 4명이 숨지는 큰 사고가 발생했는데, 기자들 출입을 막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조치며 명백한 언론자유 침해다. 시민들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현장을 빨리 공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이날 오전 10시 25분께 정문 봉쇄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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