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8시간 일해서 번 돈이 '번 돈'
일하며 여행도 하고 즐길 수 있어야

토요일 아침 9시에 집앞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면서 안면이 있는 아가씨와 이런저런 대화를 했었다. 저녁 9시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는데 그 아가씨가 아직 있었다. 얼마나 일하느냐고 물었더니 주말에는 16시간을 일한다고 말한다. 엄청 벌겠다고 했더니 돈생각하면 일 못한다고 경험삼아 한다고 말한다. 얼마를 벌든 8시간 일해서 번 돈이 번 돈이란 생각을 해본다. 과거 12시간씩 누구나 일하던 시대면 상관없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경부고속도로 버스사고로 2명이 죽고 14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이고 운전자의 휴식이 보장됐는지 조사 중이라고 한다. 승용차에 탄 부부가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운전자도 법적으로 무사하지 못할 거다. 당사자들이 그렇고 그 가족이 또 어떤 형태로든 가족에 찾아온 불행을 견뎌야 할 상황이다.

기업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보통 집으로 가져가는 돈을 말해준다. 8시간 일했을 때가 아니라, 잔업하고 특근까지 해서 남들이 가져가는 금액을 당신도 집으로 벌어갈 수 있다고 말해준다. 난 그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한다. 일하는 사람이 주 5일 8시간 일해서 번 돈이 번 돈이다.

주 5일 8시간 일해서 150만 원인데 집에 300만 원을 가져가면 사람들은 300만 원을 번다고 한다. 남들이 이틀에 걸쳐서 할 일을 하루에 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존중 받을 수가 없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본인이 장시간 일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말한다. 본인이 돈 욕심에 그렇게 한 거라고 말한다.

편의점 아가씨가 16시간을 일하면 식사시간이 두 번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아침을 먹고 나오고 점심을 삼각김밥으로 때운다. 그나마 보장받는 점심시간이 없어서 오가는 손님이 불편해서 굶는다고 말한다. 늦은 저녁 집에서 두끼식사를 한꺼번에 한단다.

토요일 밤 11시 퇴근해서 일요일 오전 7시 출근하면 그녀가 언제 샤워를 하고 밥을 먹는지 알 수가 없다. 자기는 운동을 좋아하는데 지금은 못하고 있단다. 자기는 독서를 좋아하는데 지금은 못하고 있단다. 이번 달이 6개월째인데 힘들어서 한달 쉬려고 한단다.

일하는 게 목숨걸고 참고 견디는 시간은 아닌데 말이다. 일이란 게 살면서 사회생산적인 활동에 참여하면서 개인에게 필요한 돈을 버는 건데 말이다. 그 일이란 걸 하면서 독서도 하고, 운동도 하고, 주말에는 여행도 가야되는 건데 말이다. 그것들이 일하는 과정에 포함되어야 하는 건데 말이다.

한 달 쉬면서 부모님과 여행을 가면 시급 6500원에서 뭐가 남을까 싶다. 누가 시켜서 장시간 일하는 게 아니라 가족과 살자면 돈이 필요해서 그런 건데 말이다. 집에 필요한 돈을 벌면서 퇴근을 못하면 부부가 대화를 할 수가 없다. 금방 커가는 자식과 추억을 만들 시간이 없다. 사람에게 일이 중하지만 그 일이 자신과 가족이 사람으로 존중받기 위해서 하는 건데 말이다.

휴식 없는 졸음운전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 대형사고는 매일 집에서도 일어난다. 저임금이 장시간 근무로, 맞벌이로 이어지면 가정이 깨진다. 사랑도 시간이 있어야 하는 거고, 자식도 재롱을 봐야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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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올리면 문제가 많다는 사람들이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 중에 시급 1만 원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상대적으로 더 받고 더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반대한다. 이웃의 삶이 피폐해도, 16시간 일하면서 굶어도 자기 배가 불러서 모른다.

대한민국 그렇게 무능하지 않다. 그간에 더 어려운 문제도 풀어내면서 성장했는데 내가 바라는 건 시급 1만 원 문제로 놓고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거다. 불가능한 건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아니라 더 누리고 있는 사람들의 잔인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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