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 사고 당시 "1차 협력업체 소속" 주장 거짓으로 드러나

STX조선해양에서 지난 20일 발생한 폭발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이 '물량팀'인 것으로 확인됐다. '물량팀'은 하청업체의 재하청 노동자로, 조선소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가장 아래층으로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한 단계 거칠수록 단가가 줄어들고, 노동 환경은 열악해지기 때문이다.

◇"1차 협력사뿐이라더니…" = STX조선은 폭발사고 당시 숨진 노동자의 고용 관계를 묻자, "우리는 1차 협력사와만 함께 일한다"고 강조했다. 숨진 노동자 4명 모두 1차 협력사인 ㄱ업체와 계약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 설명에 따라 사망자는 ㄱ업체 소속으로 공개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금속노조와 조선업종 노동조합연대 안전보건담당자들이 STX조선 사고 현장, 인력활동 현황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숨진 노동자 전원이 ㄱ업체가 아니라 ㄴ업체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청의 재하청'인 셈이다.

이에 대해 STX조선 홍보담당자는 "사고 초기 정보를 받았을 때는 모두 ㄱ업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숨진 분이 ㄱ업체가 아니라 ㄴ업체가 고용한 '물량팀'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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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수습을 하고 있는 소방대원들./창원해경 제공

◇재하청 특수도장 '물량팀' =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숨진 노동자 4명의 근로계약서를 확인해 보니, ㄱ업체가 아니라 모두 ㄴ업체 소속이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위법적 다단계 도급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ㄱ업체가 조선소로부터 작업을 받아서 2차 업체인 ㄴ업체에 넘겼고, ㄴ업체는 다시 물량팀으로 넘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청인 STX조선, 협력사 ㄱ업체, 재하청 ㄴ업체, 다시 물량팀으로 4차 도급을 해서 단계별로 이윤을 취하고, 책임을 전가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박 실장은 "ㄱ업체가 1차 하청일 수도 있고, 그 위에 또 다른 업체가 있어서 몇 차일지도 알 수 없다. 잔유 보관 탱크(RO) 도장팀은 사수 2명과 보조 2명으로 짜인 특수도장 물량팀이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기자가 빈소에서 만난 한 유족도 "고인이 '물량팀'에서 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지역에 다니면서 일했다"고 말했다.

◇왜, '물량팀' 투입하나 = '물량팀'은 무엇인가. '하청의 재하청'을 뜻한다. 지난해 '위기의 조선산업, 벼랑 끝 조선노동자, 당사자가 말한다'는 증언대회에서 한 조선소 '물량팀'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초창기는 긴급 물량을 쳐내고자 들어오는 팀을 물량팀이라 했는데, 요즘은 한 업체에 적을 두고 상주하며 일하는 것이 물량팀"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량팀은 모두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쉽게 끝낼 수 있으니 유효기간은 짧다. 짧게는 1∼3개월"이라고 했다.

30년 가까이 조선소에서 도장 일을 한 50대 노동자는 "하청업체가 선박 물량을 받았으면, 그 밑에 업체에서 개인(물량팀장)에게 물량을 떼어준다. 탱크 하나에 얼마씩이다. 특수도장은 대부분 물량팀이다. 그러면 물량팀장은 정해진 시간 동안 일할 사람을 모아서 일을 한다. 하청에 재하청을 받은 '물량팀'에 이르게 되면 돈은 적어지고, 일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특수 도장 스프레이 일당이 30만 원 내려오면, '물량팀' 노동자는 절반도 손에 못 쥔다는 것이다.

그는 "조선소가 불황이니, 돈이 적어도 대부분 일을 하려고 한다. '물량팀' 위에 있는 하청은 책임 소재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할 수 있으니, 물량팀을 쓴다"고 했다. 다단계 하청으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고, 노동자는 더 위험하고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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