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나라에는 'hot' 'hotter' 'hottest'란 계절만 있다더니, 처서가 지났건만 계속 여름이다.

만취해 집으로 가는데, 누가 "형!"하고 불렀다. 돌아보자 아무도 없다. "형, 형, 형!" 하기에 돌아보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옆집 개 짖는 소리가 "형, 형!"이었다나. 어쨌다나.

TV에 나온 이야기란다.

고수온에 따른 이리도 바이러스로 농어 5만여 마리가 통영에서 폐사했다. 겨울엔 저수온, 더우면 고수온 폐사에 끙끙 앓는 곳이 통영 아닌가. 붉게 타던 바다, 2013년 통영 적조의 바다가 그랬다. 도시에 썩은 생선 비린내가 진동하고, 폐사 처리 장소마저 마뜩찮은 날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올해는 무해성 적조만 있다. "조마조마하죠." 한 6년 통영에 살다 보니 내가 어민 마음을 안다.

통영 바다에 침몰 중인 승용차 속 노부부를 구한 통영철인 기사가 있었다. "눈앞에서 일어났습니다. 차는 튕겨서 가드레일을 받고 한 20m 날아갔어요. 바로 다이빙해……."

듣자니 영화였다.

아무도 취재는 안 한 것 같고, 쓴다고 용을 쓰는데 손님은 오지, 철인과는 통화가 안 되지, 그러다 통화했을 때 그의 발음은 부정확했고 무척 빨랐다.

알고 보면 그 말투가 당시의 다급함이었다.

허동진.jpg

이 더위에 "형, 형" 했다는 유머에 웃지 않으셨더라도, 철인에게는 시원한 박수라도 한 번….

여름은 갈 거고, 철인이 사는 통영은 곧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가을을 맞으며, 굴곡진 현대사에 놓였던 거장의 아픈 삶을 생각하시고, 그 특이한 윤이상 곡에 얼얼한 충격도 받아보시길…….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