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지사 행보와 닮은꼴, 중앙당 교감설-'잊힌 인물' 평가
김 전 의원 얼굴 알리기 본격화

거창 출신이자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영선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내년 6월 경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당내에 파문이 일고 있다.

전임 홍준표(현 한국당 대표) 도지사와 유사한 이력에 유사한 경로로 선거에 나서는 만큼 '어게인(again) 2012년'(홍준표 도지사 당선)을 예측하는 시선이 있는 반면, 후보로서 경쟁력이나 여러 여건상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김 전 의원은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경남도민일보〉를 비롯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남에 있는 분들에게서 오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화끈한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고향이지만 아무래도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각종 지역 행사에 참여해 얼굴 알리기에 나설 거다. 활동을 도와줄 지역 조직도 어느 정도 갖췄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또 "중앙당도 도와주겠다고 해서 결심하게 됐다. 경남지역 국회의원 몇 명과도 이미 이야기를 끝냈고, 두고 보면 알겠지만 (출마 예상자 중) 포기하는 분위기도 있을 것"이라며 홍준표 대표나 지역 정치권과 뭔가 '교감'이 있다는 뉘앙스까지 비쳤다.

홍 전 지사와 여러모로 '판박이'다. 법조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수도권을 중심으로 똑같이 4선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당 대표까지 올랐다.

김 전 의원은 비례대표(전국구)로 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데 이어 17·18대 때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선거구에 출마해 두 번 연속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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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선 전 국회의원./경남도민일보DB

하지만 다른 점도 적지 않다. 지역 정가 한 인사의 말이다.

"김 전 의원은 사실상 잊힌 정치인이다. 국회의원을 한 지 너무 오래됐고 2014년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섰다가 당 경선에서 떨어졌다. 2012년 당시 홍 전 지사와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적수'인 김현미(더불어민주당·경기도 고양 일산정) 의원이 문재인 정부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되는 등 지역구·수도권에서 더는 희망이 안 보이자 경남도지사로 눈을 돌린 흔적이 역력하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건 홍 전 지사와 똑같지만 홍 전 지사는 그 후 1년도 안 돼 경남도지사에 도전했다. 반면 김 전 의원은 그로부터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2014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본선에도 못 간 것 역시 흠이다. 남경필 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김 전 의원, 정병국·원유철 의원 등이 새누리당(옛 한국당) 후보로 나선 가운데 김 전 의원은 2배수로 압축하는 최종 경선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홍 전 지사처럼 당 대표를 거쳤다지만 그 기간은 2006년 한나라당(옛 한국당) 시절 23일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당시 박근혜 대표가 대선 1년 6개월 전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사퇴하면서 전당대회까지 '과도 대표' 성격이 짙었다.

경남도지사 출마와 관련해 중앙당 등과 교감설도 근거가 충분치 않아 보인다. 홍 전 지사와 가까운 한국당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1년이나 남았는데 홍 대표가 벌써 누군가를 낙점하거나 힘을 실어줬을 것 같지는 않다"며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한 후보군이 많지 않나? 막판까지 후보 경쟁력 등을 보고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제2의 홍준표'를 꿈꾸는 게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지 의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홍 전 지사뿐 아니라 안상수 창원시장 등 적지 않은 중앙 정치인이 '낙향 정치'를 펼쳤지만 평가는 엇갈린다.

중앙 정부·정치권과 인적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경남의 위상을 높였다는 시각이 있는 한편으로, 지역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오만과 독선으로 분란과 갈등만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김 전 의원은 '여성 정치인'으로서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경남 최초 여성 도지사 도전으로 경남에 새로운 바람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한나라당 시절 여성 30% 공천을 관철하는 데 내 역할이 컸다. 경남지역 여성 정치 참여율을 확실히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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