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근무에 대부분 보상 없어
국회서 과로사 해결 토론회

"시외로 배달 구역을 변경하면 치료와 업무 병행이 어렵습니다. 앞으로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어요."

창원우체국에서 지난 2004년부터 지금까지 13년간 집배노동자로 일한 정 모(42) 씨는 최근 우체국으로부터 배달구역 변경 통보를 받았다. 우체국은 창원 명서동 등 시내구역에서 우체국 우편물을 배달하던 그에게 북면 등 시외구역으로 구역 변경을 지시했다. 하지만 그는 "2013년부터 만성사구체 신염 3기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고 있어서 시외구역 변경은 어렵다고 계속 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거리에다, 업무가 과중한 지역이어서 건강악화가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정 씨는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남지역본부 등과 함께 4일 오전 '강제 구역 변경 규탄' 집회를 열 예정이다.

정 씨의 요구처럼 집배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노동 환경을 조성하고자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법·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바라본 집배원 과로사 문제의 해결책' 토론회가 열렸다.

▲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집배원 과로사 문제의 해결책' 토론회 모습.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이날 토론회는 고용진·박주민·신경민·신용현·신창현·오세정·유승희·이정미·추혜선 국회의원,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병훈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상임활동가는 '집배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밝혔다. 통영, 거제, 진주, 창원 등 경남 지역 우체국 6곳과 부산 지역 우체국 7곳에서 일하는 집배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지, 현장 측정, 면접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초과 근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무료 노동을 하는 작업자가 76.9%에 이르렀고, 평균 16.4시간으로 나타났다. 점심 시간에 일하는 노동자가 86.2%, 일주일 평균 4.4일이었다.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도 평상시 57.1시간, 배달 물량이 폭주하는 때는 64.9시간, 설·추석 등 특별 수송기 72.1시간으로, 높게 나타났다. 점심시간은 평상시 27.6분, 폭주기 23.2분, 특별 수송기 23.9분, 휴식 시간은 평상시 18.4분, 폭주기 12.5분, 특별 수송기 9.5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차원 피로 척도에서 '매우 심함'이 42.75%, '심함' 20.29%, '약간 심함' 13.77% 등으로 76.81%가 피로도가 높았다.

부산·경남 지역 우체국 집배원 평균 심박지수도 105로, 건설기계제조 용접 노동자 92, 주물작업 노동자 94보다 높게 나타났다. 김병훈 활동가는 △인력충원 △토요 근무 폐지 △집배부하량 폐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대책으로 꼽았다.

김철홍 인천대 산업공학부 교수도 '국내외 집배 노동 조건의 비교'라는 발제를 통해 우정사업본부의 문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업자의 안전, 건강 등의 관점에 대한 검증, 대책 부족, 공공서비스 개념보다 사기업적인 경영 효율화와 생산성에 중점, 부하량 산정 등 노동조건 산정과정에서 노동자 배제 등을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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