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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지기

[참새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9화) 서평 〈화에 휩쓸리지 않는 연습〉
화날 때 무조건 참기보단 자신의 감정 솔직히 표현
화 잘 다스리는 방법으로걷기 명상·호흡 등 추천

2017년 09월 05일(화)
시민기자 황원식 webmaster@idomin.com

내가 아는 한 사람은 평소에 화를 잘 낸다. 화가 났을 때 시원하게 화를 다 내는 스타일이다. 나도 가끔 저렇게 화를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사람은 사소한 일로도 화를 자주 낸다. 화를 제때 내지 못하면 불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드라마나 야구도 편안하게 보지 못한다. 누군가 자신에게 한 행동을 계속 곱씹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키워드는 '자유'다. 틱낫한 스님은 우리에게 화(anger)를 비롯한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당부한다. 화가 나는 일이 생겼을 때 쉽게 그 일을 잊는 사람이 있지만, 어떤 사람은 일주일, 아니 몇 년 동안 그 일을 신경 쓰며 괴로워한다. 심지어 화 때문에 생업에 지장을 받는 일도 있다. 그렇게 낭비하는 시간은 얼마나 아까운가? 이 책은 화가 났을 때 그것을 세련되게 잘 처리하여, 화로부터 속박되지 않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화가 났을 때 소리를 지르거나, 베개를 주먹으로 치거나, 힘껏 문을 쾅 닫는 행동들이 정서적으로 좋다고 믿고 있다. 스님은 이런 방법은 일시적으로 시원한 기분은 주겠지만 심한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너무 지쳐서 더는 화를 낼 에너지가 없는 상태를 화가 사라진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화의 뿌리는 그대로 남아있다. 스님은 화를 계속 표출하면 화의 뿌리가 더 튼튼해진다고 한다. 뉴욕타임스에도 화를 표출하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충고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화를 발산하는 행동이 위험하다는데 많은 심리상담사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렇다고 틱낫한 스님은 화를 무조건 참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화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되, 화의 신호는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고 말한다. 스님은 어떤 사람 때문에 화가 나서 고통스러우면 그 사실을 차분하게 상대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고 나서, 상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기술로서 큰 힘이 있다.

상담심리학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나 전달법(I-message)'을 쓰라고 가르친다. '나 전달법'은 주어를 나(i)로 함으로써 나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방법이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 주어가 네(you)가 되면 '네가 잘못 행동하니깐 내가 스트레스받는다'는 식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기 쉽다. 이렇게 부정적 감정이 흐르면 대화의 진전이 없다. 상대방 행동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내 입장이나 감정이 이러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 상대방도 기분 나쁘지 않고 내 의사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말하라고 한다.

나도 사람들에게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았다. 어릴 적부터 나를 표현한 경험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몸이 약하고 왜소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치를 자주 보고 살았다. 나보다 더 강한 사람들이 나에게 뭔가를 강요하면 당연히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자꾸 잔소리를 하고 귀찮은 부탁을 하는 사람에게 용기 내어 불편한 마음을 표현한 적이 있다. 이때도 나 전달법을 사용했다. 그랬더니 더는 그 사람이 나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남을 괴롭히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자기표현을 정확히 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 나는 이런 현상이 신기했다. 나보다 약한 여성들도 충분히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이것을 신이 주신 형평성이라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라도 각자의 몫은 하고 살라는 뜻이 아닐까?

부정적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스님은 '걷기 명상'을 통해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걷기 명상은 발이 땅에 닿는 것과 공기가 몸 안에 들어오는 것을 의식하며 걷는 것이다. 화가 나면 호흡이 얕아지고 거칠어진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면 규칙적인 호흡으로 바뀐다. 스님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어서 규칙적인 호흡을 통해 화를 다스릴 수 있다고 한다. 수련을 통해 화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잘 표현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얻을 것이다.

틱낫한 지음, 김순미 옮김, 320쪽, 예담, 2016, 1만 3800원.

/시민기자 황원식

※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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