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지원청 계획서 입수 '체험·탐방' 대부분
횟수·예산 증가…시민단체 "연수주제 명확히 해야"

도내 시·군 교육지원청에서 기획·추진하는 학교장 연수가 관광성이 짙다는 지적이 해마다 제기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가 입수한 도내 교육지원청 '최근 3년간 교장단 연수 계획'을 보면 연수 목적보다 관광에 주력한 연수가 다수 확인된다.

◇행복학교 실현하려 족욕 체험? = 진주교육지원청 주관으로 진주 중·고교 교장들은 지난 8월 1박 2일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 제목은 '2017 미래 글로벌 시대 대비 중·고 교장 진로진학 리더십 연수'다. 4차 산업혁명시대 진로진학교육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목적이다. 계획은 첫날 3시간 특강과 1시간 반 분임 토의로 이어졌다.

특강 주제 중 하나는 '글로벌 시대 건강한 삶을 꿈꾸다'로 진로진학 교육과 상관관계를 의심케 한다. 다음날은 승마장 체험, 인산가(죽염 제조공장) 견학, 동의보감촌 탐방(기 체험), 한방약초 하지 족욕 일정으로 채워졌다. 500만 원 상당 예산을 책정했다.

진주교육지원청은 2016년 6월에도 초등 학교장 리더십 연수를 추진했다. 행복학교 실현을 주제로 승마 특성화학교인 함양 위림초 방문(60분)과 함께 와인밸리 견학, 족욕 체험, 상림공원·개평 한옥마을 탐방 일정으로 짰다.

2015년에도 행복학교 운영을 위한 학교장 리더십 연수는 특강 1시간, 도서관 탐방은 30분에 그쳤지만 순천만 정원과 선암사 탐방에는 총 3시간이 소요됐다.

고성교육지원청 역시 매년 학교장 연수를 기획·추진하고 있다. 2016년, 2017년 모두 자유학기제 학교장 역량강화 지원이 연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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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교육청./연합뉴스

이동, 식사, 차량, 체험비 등 모든 경비는 교육지원청 예산으로 운영한다.

올해 진행한 1박 2일 연수 중 이튿날은 순천만정원과 선암사 탐방이 주를 이뤘다.

2016년 7월 부산시 해운대구 1박 2일 연수 역시 이튿날은 '이기대 둘레길'을 2시간 걷고, 1인당 5만 원을 지불하는 요트를 타고 바다안전체험 후 해산하는 일정이다.

함양교육지원청은 2015년 명품학교 만들기 역량강화 학교장 워크숍을 계획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이튿날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거제 전통문화 답사'라고 표기돼 있다. 대명콘도 숙박비로 168만 원을 책정했고, 이 안은 교육지원청 승인을 받았다.

김해교육지원청 '2017 하계 중학교장 자율장학협의회 워크숍'은 두남중고등학교 방문, 동해안, 불영사, 도산서원 체험으로 구성됐다.

남해교육지원청 '중등교장 리더십 강화를 위한 2015 하계 연수'는 1일 차 여수 여남중·고교 방문을 제외하고 돌산 신기항에서 페리 탑승, 비렁길 탐방으로 짜여 있고, 2일 차에는 여수 오동도 케이블카, 순천 전통야생차 체험관 방문이 전부다.

◇"주제 불명확한 연수 많고 예산 낭비" 지적 = 각 교육지원청마다 차이는 있지만 진주교육지원청은 올해 예산 중 교육행정지도자과정(학교장 각종 연수·워크숍·토론 등 지원)에 2000여만 원을 책정했다. 이는 연수 횟수를 늘려달라는 요청에 따라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난 액수다.

초등·중등교육과에서 교육장 결재까지 받은 연수·워크숍 기획안을 제안하면 재정 담당에서 예산 내에서 지원한다. 연수·워크숍 계획은 다른 부서나 외부기관이 목적 부합성, 타당성 등 따로 검토하는 절차는 없다. 리더십 강화 등 연례화된 연수가 있는가 하면 요청이 있거나 현안에 따라 새롭게 추진되기도 한다.

관광 일색이라는 지적에 고성교육지원청은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작년과 올해 연수는 진로교육지원센터 설립이라는 자체 현안사업과 관련돼 있다"며 "바다안전체험 등 진로탐색을 위해 학생들이 찾을 만한 곳을 추천받았고, 학교장이 미리 체험하고 안내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도내 한 교장은 "강의와 교육 위주로만 연수가 이뤄진다면 교육 효과가 과연 높아질지 의문이다. 첫날 교육과 분임 토의를 하고 이튿날 지역 명소를 돌아보는 것이 문제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생각을 전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강주용 마산지역 대표는 "문제 본질은 주객전도다. 한두 곳 탐방은 가능하지만 관련 강의, 토론시간보다 단순 명소 탐방, 교육과 관련없는 체험에 예산이 쓰인다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강 대표는 '미래 글로벌 시대 대비 진로진학 연수' 등 연수 주제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관광성 연수를 포장하고자 함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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