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출신…부산은행 노조 반대 투쟁 예고
신설된 지주 사장에 박재경 현 직무대행

김지완(71·사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BNK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됐다. 부산은행 노조는 선임 반대 투쟁을 예고하고 있지만, '설득력 없다'는 지적도 많다. 경남 지역민은 조속한 그룹 경영 정상화를 바라는 분위기다.

◇'김지완 추천' 나눠 먹기 꼼수로 급물살? = BNK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3차 회의를 열어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을 회장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 김 내정자는 오는 27일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김 내정자는 부산상고·부산대 출신으로, 현대증권·하나대투증권 대표를 거쳐 2008~2012년 하나금융지주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을 지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앞서 두 차례 회의에서 최종 후보자 선출에 실패했다. 위원 6명 가운데 3명이 김 후보자에, 3명이 박재경 BNK 회장 직무대행에 뜻을 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3차 회의에서도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임추위는 김 후보자를 위원 전원 합의로 추천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갑자기 중지를 모은 배경은 '묘수' 혹은 '꼼수'에서 찾을 수 있다. 임추위는 탈락자 박재경 직무대행을 '지주 사장'으로 추천하기로 했다. '지주 사장'은 그동안 외부에 언급되지 않다가 갑작스레 신설된 직이다. 또한, BNK는 별도 진행한 부산은행장 최종 후보에 빈대인(회장 후보 응모했다가 탈락) 현 직무대행을 추천하기로 했다.

결국, BNK 최상위 자리를 외부 인사 1명, 부산은행 출신 2명이 차지하는 것으로 정리된 것이다. 이번 BNK 회장직 선출은 외부 공모로 진행, 지원자만 모두 16명에 이르렀다. 손교덕 경남은행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도 도전했지만 후보자 3명 압축 과정에서 탈락했다.

◇부산은행 노조, 명분 부족 반발 = BNK금융지주는 8개 계열사 가운데 부산은행·경남은행을 주축으로 삼고 있다. 두 은행은 저마다 처지에서 김 내정자를 바라보고 있다.

부산은행 노조는 김 내정자를 이미 '부적격 낙하산'으로 규정한 바 있다. 정치적으로 '2012년 대선 문재인 캠프 참여' '정치권 줄 대기 의혹'을 들며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정치권 보은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70세를 넘은 고령' '은행권과 거리 먼 증권업 경력' 등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부산은행 노조는 총파업, 그리고 지역사회 연계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임추위원 배임 혐의 고발, 국회 청문회·국정조사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김 내정자의 마지막 선출 관문인 주주총회 인준을 물리력으로 막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부산은행 노조는 앞서 또 다른 외부 출신 후보였던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현 정권과 정치적으로 얽혀있다는 각종 의혹을 근거로 들었다.

이러한 부산은행 노조에 대해 주민·고객 반응은 차갑다. 겉으로는 '정치권 입김 우려'를 내세우지만, 결국 부산은행을 중심으로 한 '순혈주의 고수'라는 시선이다.

한 경남 지역민은 "김지완 씨가 회장에 선출되면 건강한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노조 때문에 걱정스러워 결정 못 하고 있다"며 "적폐청산이 시대 흐름인데, 아직도 기득권을 누리겠다는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경남은행 노조는 선임 반대 투쟁을 벌이다 한 발 빼는 모양새다. 경남은행 노조는 애초 김 내정자의 '부산은행·경남은행 합병 추진' 발언에 발끈했다. 김 내정자가 다시 언론 인터뷰 등에서 이를 부인하자, 수위 조절에 나선 분위기다.

박진용 경남은행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김 내정자 선출 직후 "합병 반대 의지를 재차 표명했기에 노조 입장을 정리 중에 있다"고 했지만, 이후 별다른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추락한 대외 이미지 회복 관건 = 김지완 내정자가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성세환 전 회장 구속 이후 이어진 6개월여 경영 공백을 끝내게 된다. 김 내정자는 논란이 된 합병에 대해서는 선을 명확히 그으며 "부산은행·경남은행 각각의 브랜드 가치가 최대 강점인 만큼 그대로 살리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최종 후보 선출 이후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노조와 진심을 담아 대화하고 협조를 얻을 것"이라며 일단 조직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금융권 사정에 밝은 지역인사 김모(54) 씨는 "김지완 씨가 업계에서는 합리적인 인물로 통하는 것으로 들었다. 노조와의 소통에도 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내부보다는 외부 신뢰도 추락을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많다. BNK는 올해 '엘시티 특혜 대출 의혹' '주가 조종 혐의' '성세환 전 회장 구속' 악재에 몸살을 앓았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이어진 회장 선출 전 과정은 지역민에게 실망감만 더했다. 경영 위기를 타파할 인물보다는 '내부·외부' '부산상고·비부산상고' '이장호 전 회장·성세환 현 회장' 같은 상식 밖의 대결 구도만 난무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경남은행 처지에서는 김 내정자 선출이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견해도 나온다. 김 씨는 "은행 간 통합만 추진되지 않는다면 경남은행으로서는 불리할 게 없을 것 같다. 향후 그룹 내 위치를 생각하면 부산은행 출신보다야 (김 내정자가) 더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