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임원진 내부 승진 쉽지 않을 듯…정해주 전 사장·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등 하마평

방산비리에다가 채용비리, 직원 개인 비위까지, 잇따른 비리 혐의와 수사로 몸살을 앓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사천지역사회와 KAI 내부를 중심으로 수사와는 별개로 공석인 대표이사(사장) 선임부터 해서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중후반만 하더라도 안현호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KAI 신임 사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안 전 차관은 현 정권 청와대 초대 일자리수석 내정자로 거론됐다가 낙마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KAI 사장 내정설이 나오자 곧바로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 등이 낙하산 인사라고 반발했고, 청와대와 정부도 부담이 됐는지 내정설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방산비리 등 검찰 수사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사장 인선조차 더디자 지역사회와 KAI 내부에서는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보름 정도 잠잠하던 KAI 신임 사장을 두고 최근 경남경제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후보군이 서서히 거론되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지역 경제계나 정치권, 사천지역사회에서는 KAI 내부 개혁과 함께 차기 주요 (수주) 사업인 정부 항공MRO 사업지 선정과 미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 수주를 원활히 하려면 하성용 전 사장 체제인 현 임원진 내부 승진에 따른 사장 선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전직 KAI 사장 혹은 임원이면서 현 정부와 맥이 닿아 있는 인물, 군 장성급 정도가 후보군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이런 후보군을 압축하면 KAI 임원 출신으로는 정해주(74) 전 사장, 박모(63) 전 부사장이, 군 출신으로는 박종헌(63) 전 공군참모총장 등을 들 수 있다.

정 전 사장은 2004년 10월부터 2008년 7월까지 3년 넘게 사장을 하면서 항공산업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통상산업부 장관·중소기업청장 등을 역임해 정부 산업정책에도 해박한 지식이 있는 데다가 참여정부 주요 인사와도 폭넓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내부 개혁과 차기 주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분위기이다. 다만, 수주를 위한 국외 출장 등이 잦은 KAI 특성상 올해 만 74살인 나이에 이를 견뎌낼 건강이 되는지 걱정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도 몸담았던 박 전 KAI 부사장은 하성용 사장 취임(2013년) 20일 만에 옛 삼성항공 출신 임원 10명과 함께 해임됐다. 60대 초반으로 회사 내부를 잘 아는 이로 주요 사업을 연속성 있게 해나가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정권과 긴밀한 연계 등은 다소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본인 희망 여부와 상관없이 거론되는 또 다른 인물은 문 대통령 후보 캠프에 몸담고 현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던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이다. 박 전 총장은 방사청과 공군 등과 관계 맺기 좋고, 정권 내부와 원활한 소통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조직 장악력이 떨어져 자칫 내부 개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된다. 또한 연구나 수주 단계 사업이 많아 군 출신 인사보다는 항공사업을 잘 이해하는 인물을 선호하는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KAI 관계자는 "양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장과 수출입은행장이 최근 내정된 만큼 우리 회사도 최대한 빨리 새 사장이 와서 내부를 추슬렀으면 한다. 비리 수사와 별개로 워낙 중요한 사업들이 하반기에 많이 남아 있어 하루빨리 새 수장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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