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현 경남과학고 교장 재임동안 감성교육 힘써, 학생들 '콘서트'로 화답
이순일 태봉고 교사 글쓰기 생활화 지도 노력 마지막 공개수업 갈채

퇴임식이라고 하면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감사패와 꽃다발을 전달하고 소회를 듣는 게 일반적이다. 더구나 최근 교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교권이 추락한 가운데 지난달 31일 아주 특별한 퇴임식이 열렸다. 교장 선생님 퇴임식을 위해 아이들은 기꺼이 드레스를 입었고, 국어 선생님 마지막 길을 자작시·그림·사진·노래 등 학생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배웅했다. 특별한 퇴임식을 맞기까지 두 교사의 특별한 가르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눔 교사' 오세현 경남과학고 교장 = 'share and care'(나눔과 배려)는 오세현(62) 교장의 입버릇 말이다. 이젠 아이들도 오 교장과 부딪히면 "share and care"를 외치고 지나갈 정도다.

오 교장은 1978년 합천 쌍책중 물리·과학 선생님으로 처음 부임했다. 늘 외국 선진교육을 갈구했고 사비로 많은 책을 사들였다. 오 교장은 40년간 구매한 1300여 권에 달하는 이 책을 퇴임과 함께 경남과학고에 기증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오세현 경남과학고 교장 퇴임식.

오 교장은 20년 교사생활 끝에 전문직 시험을 통해 과학교육원 교육연구사로 활동하다 2004년 나가타한국교육원(일본) 원장, 도교육청 장학관, 하동 금남고 교장을 거쳐 7년간 교사로도 머물렀던 경남과학고 교장을 지냈다.

오 교장은 "교장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마찬가지다. 금남고 교장으로 있으면서 기숙사 건립 등 학교 이미지를 바꾸고 수업 분위기를 개선해 소위 명문고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2014년 부임한 경남과학고는 이미 전국에서 수학·과학 실력으로 이름이 알려진 학교였다. 오 교장은 아이들 감성교육에 주력했다. 부임 후 조회 때마다 '모닝콘서트'를 제안했다. 끝내 오케스트라를 만들지 못한 게 아쉽다는 오 교장이다. 경남과학고 학생들은 화답하듯 오 교장 정년퇴임식에서 작은 콘서트를 열어 배웅했다. 평소 "작은 무대라도 격식을 차려 예를 갖추라"는 가르침에 학생들은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예의를 갖춰서 공연했다.

오 교장은 "내가 교사 시절만 해도 먼저 터득한 학생이 모르는 학생을 가르쳐주면서 누구나 선생님이었다. 지금은 내신성적이 중요해지면서 끼리끼리 어울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경남과학고는 독서실에 개인 책상을 다 갖추고 있는데, 앞 공간에 동그란 테이블 세 개를 클로버처럼 연결해 배치했다. 두세 명 앉아서 소곤소곤 토론하고 배움을 나누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오세현 경남과학고 교장 퇴임식.

교사, 연구사, 장학관, 교장 등 학교 안팎으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오 교장은 현재 학교 현장에서 시급한 문제는 선생님의 열정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장은 "수업시간 수업만 하는 게 교사 역할 전부가 아니다. 수업시간에도 학생 인권이 강조되다 보니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구경꾼에 지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움 중심교육도 좋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교육 방법이 아님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양한 수업 방법을 존중하면서 한 방향만 강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오 교장은 부산 경암교육문화재단 사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겨 퇴직 후에도 나눔 교육을 실천할 계획이다.

◇'태봉고 흰 수염' 이순일 교사 = '흰 수염 휘날리는 선생님이 청년처럼 달린다 / 내년이 정년이라는 게 거짓말 같은 소년의 눈빛으로 …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 전교조로 해직되고 복직투쟁 중에 발목 인대가 끊어졌다는데 / 통일 전까지 늙지 않겠다던 그 다짐 꼿꼿한 자세 뜨거운 발바닥은 삼팔선까지 달려갈 기세다.'

지난달 31일 열린 이순일 태봉고 교사 퇴임식.

창원 태봉고 3학년 이현진 학생이 작년 체육대회에서 생활한복 차림으로 계주에 참여한 이순일(62) 교사를 주제로 쓴 시 일부다. 지난달 31일 이순일 교사 정년퇴임식에서 시를 낭송한 현진 학생은 "이순일 선생님은 저에게 가장 청춘인 노인이자 가장 늙은 친구"라고 소개했다.

이 교사는 퇴직 전 마지막 수업을 공개수업으로 진행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함께했다.

이 교사는 "농민은 평생 일하며 퇴직도 없는데 퇴임식을 한다는 게 부끄럽고 미안했다. 하지만 떠나고 만나는 일에 예를 차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 자체가 교육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동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벗'이라고 말하는 이 교사는 평소 통일교육을 강조했다. 학교에서도 이 교사가 "순" 하면 아이들이 "일"이라고 답하고, "통" 하면 "일", "탈" 하면 "핵"을 답했다. 이 교사가 아쉬운 것은 글쓰기 동아리는 활성화했지만 통일 동아리를 하나 만들지 못한 것이다. 이 교사는 재직 중 독서모임을 만들어 학생과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글쓰기 생활화를 지도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이순일 태봉고 교사 퇴임식.

이 교사는 "국어를 가르치고 문학을 전공했지만 아직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문학교과서에 나오는 고전 작품을 반도 읽어보지 못했으니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사람인가. 동서양 철학·역사·문학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퇴직 후 통일운동과 탈핵운동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 교사는 "연금을 받는 사람은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 공무원 신분으로 마음대로 활동하지 못했지만 이제 신분을 벗었으니 더욱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이 교사는 합천 쌍책중, 함안 법수중, 함안중에서 근무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태동하던 시기에 참교육 운동에 앞장서다가 1988년 해직됐다. 1994년 복직된 이 교사는 의령 신반중, 화정중, 의령중에서 학생을 가르쳤고 창원 태봉고에서 퇴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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