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인대 사용 '원인'…스트레칭·수분 보충, 예방에 도움

"종일 컴퓨터로 일을 해서 그런지 손목이 아픈데?"

"손목터널증후군 아냐? 병원에 가봐."

그렇게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는 단박에 "손목터널증후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러 검사를 하기도 전에 어떻게 그렇게 진단할까.

창원시 마산회원구 서울병원 전성욱 병원장의 도움말로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해 알아본다.

◇손목 아닌 손 끝에 증상

컴퓨터 사용을 많이 하는 직장인들은 손목이 아프면 제일 먼저 '손목터널증후군'을 떠올린다. 비교적 자주 들을 수 있는 병명이다. 하지만 여기에 일반인들이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전 병원장은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이 아픈 병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손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발생하는 질환은 맞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수근굴 증후군' '수근관 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둘째·셋째·넷째 손가락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손끝이 저리고 타는 듯한 통증이 자주 느껴진다.

전 병원장은 "손목 부근에는 손목터널 인대가 있는데, 농사나 가사노동, 육체노동 등으로 손을 많이 사용하면 이 인대가 두꺼워져 손가락으로 가는 정중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경이나 혈관 등이 손목 부위에서 손바닥 중심 부위를 지나가고, 이들이 손목 부위를 지날 때 위에서 덮어주는 가로 손목 인대가 있다. 근육과 힘줄, 신경은 이 인대 아래를 지난다. 이 인대와 주변 조직에 의해 둘러싸인 공간을 수근굴 또는 수근관이라 한다.

전성욱 창원 서울병원 병원장. /경남도민일보 DB

손목터널 증후군은 이 수근굴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이 증가해 발생한다. 수근굴을 지나는 조직 중 엄지손가락과 둘째·셋째·넷째 손가락을 담당하는 정중 신경이 압박돼 손과 손가락 저림, 통증, 감각 저하, 힘 약화 등이 나타나는 말초 신경 압박 증후군이다. 따라서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손목 통증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또 하나 일반인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손목터널의 위치이다.

대부분 손목에 손목터널 인대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손목이 아니라 손바닥에 있다. 손목과 맞닿은 부분, 손바닥이 불룩 튀어나온 부분에 손목터널이 있다.

손끝이 저리는 질환으로는 손목터널 증후군 이외에 목 디스크로 인한 경우도 있다. 또 팔꿈치터널 증후군도 손끝이 저리는 증상이 있는데, 이때는 넷째·다섯째 손가락이 저린 것이 특징이다. 손과 함께 팔 전체가 저린 경우는 목 디스크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손가락이 저리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흔히 손목터널 증후군으로 오해하는 손목이 아픈 질환으로는 건초염, 손목 염좌, 삼각섬유연골 복합체 손상 등이 있다.

◇작업 전후 관리 중요

손목터널 증후군의 대표적인 원인은 과도한 인대 사용이다. 남성보다는 여성, 특히 중년 이후 여성에게 흔하다. 손목을 세게 구부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작업자나,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 주부, 악기 연주자 등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흔히 발생할 수 있다.

그 외 퇴행성 변화, 그리고 외상으로 다친 후 아물면서 인대가 두꺼워져 손목터널 증후군이 생길 수도 있다.

과도한 인대 사용, 즉 손을 많이 사용해서 생기는 만큼 증상이 있으면 일을 줄이는 것이 1순위다.

또 장시간 손목이 구부러진 상태로 일하지 않도록 하고, 잘못된 자세도 교정해야 한다.

전 병원장은 "손을 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을 한 번에 몰아서 하지 말고 나눠서 하는 것이 좋다. 또 일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일을 한 후에는 마사지 등으로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해야 한다. 수분과 영양 공급이 잘되면 인대가 덜 상한다"며 "젊을 때는 크게 문제가 없어도 50대 이후에는 전후 관리를 잘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50대가 되면 인대에 수분이 빠지면서 탄력이 떨어지므로 주변 윤활 작용도 떨어진다. 이로 인해 손상 가능성도 증가한다.

전 병원장은 "평상시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인대 탄력을 위해서는 관절 주변 윤활 작용이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술 타이밍 놓치지 말아야

손목터널 증후군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 근전도 검사와 방사선 검사 등을 하게 된다.

손목터널 증후군은 많은 경우 휴식과 약물치료 등으로 치료하지만,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꽤 있다.

신경 근전도 검사를 통해 신경이 눌리는 정도를 파악하는데, 경미하면 약물치료,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정도가 심해 신경 압박이 심해져 마비 위험이 의심되면 수술로 손목터널 인대를 절개해 신경 압박을 풀어주게 된다.

인대를 끊어도 손 움직임에 지장이 없을까.

전 병원장은 "손목은 우리 신체 구조 중 아주 운동 범위가 넓은 곳 중 하나로, 손 움직임에 관여하는 근육, 신경, 혈관 등 많은 조직이 손목을 통해 손으로 이어진다. 손을 잡아주는 인대 역시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정중 신경을 압박하는 인대를 잘라도 손 기능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하며 손목터널 증후군을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

전 병원장은 "손끝이 저리는 것을 오래 두면 신경이 눌리다가 심해지면 신경이 상한다. 즉 신경마비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주먹을 쥐는 힘이 약해지고, 엄지손가락으로 가는 근육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엄지손가락 아래 통통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납작해지는 근 위축이 생기는 것이다. 손에 힘이 빠지면서 물건을 들다가 놓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 병원장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수술 시기를 놓치게 되면 신경 마비로 인해 후유증이 많이 남기 때문.

전 병원장은 "손끝이 저린 증상이 있으면 2~3주는 약물로 상황을 지켜본다. 하지만 계속되는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고, 통증이 심하거나 근력 약화, 근 위축이 동반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수술은 1㎝ 정도 절개해 이루어지고 수술 시간도 짧다. 수술 후 경과도 좋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수술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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