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창원지역 인디밴드 이동원·정성헌·이창호 씨 일상생활 유쾌하게 풀어
'뮤직인창원'서 신곡 공개도

행운을 부르는 황금돼지섬! 창원시 마산합포구 돝섬 잔디광장에서 오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남도민일보와 함께하는 '뮤직 인 창원 2017' 무대가 펼쳐집니다. 실력 있는 인디 뮤지션의 공연 퍼레이드에 앞서 출연진을 미리 만나보는 코너입니다. 청명한 가을 멋진 인디 뮤지션의 공연과 함께 돝섬에서 멋진 추억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곰치는 8년이나 된 베테랑 창원지역 인디밴드다. 몇 번의 멤버 교체가 있었지만 현재는 이동원(30·보컬), 정성헌(27·기타), 이창호(28·퍼커션)로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이 밴드는 자취방을 어지럽히는 친구들을 향한 분노, 어장관리에 놀아나는 친구 이야기 등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을 유쾌한 멜로디로 노래한다. 지난 5월에 발매한 노래 '2.0'도 마찬가지다. 안경이 없어 눈이 안 보인다고 짜증 내던 친구가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예쁘다'고 소리치는 모습에 영감을 얻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갈 평범한 일이라도 그들에게는 노래가 된다. 그렇기에 곰치의 공연을 본 사람들은 한 번쯤 경험해보거나 들어봤을 법한 가사에 공감하며 다시 노래를 찾아 듣기도 한다.

공연하는 곰치.

밴드 리더 이동원 씨는 곰치를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쭉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기타를 치며 꾸준히 밴드 활동을 했다. 대학에서도 밴드를 하고 싶어 어렵게 멤버도 구했지만 마땅히 연습할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길거리에 앉아 젬베(타악기)를 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으로 치면 '버스킹(거리공연)'을 한 거죠. 하지만 당시에는 버스킹 문화도 자리 잡혀 있지 않았을뿐더러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어요. 저희도 그냥 연습할 공간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시작한 거였고요. 연습할 공간을 빌리려면 돈이 필요했는데, 대학생이 돈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곰치는 지난해 8월 첫 싱글 <야생고릴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6개의 앨범을 발표했다. 활동 기간에 비하면 앨범 발매는 늦은 편이다. 꾸준히 만든 자작곡은 많았지만 앨범을 만들 여건이 안됐기 때문이다. 녹음실을 구하기에는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무엇보다 음원을 만드는 기술이 없었다.

곰치 정성헌(사진 왼쪽)·이동원 씨. /이서후 기자 who@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던 중 2012년 정성헌 씨를 만나게 된다. 당시 성헌 씨는 '마그(MAG)'라는 원맨 밴드로 활동 중이었다. 음원 녹음, 프로듀싱에 능숙했던 그는 곰치를 도와주면서 자연스레 멤버로 합류했다. 현재는 동원 씨가 만든 곡을 멋들어지게 편곡해 노래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성헌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에 '마그디오(마그+스튜디오)'라는 녹음실을 운영하고 있다. 성헌 씨와 동원 씨를 포함해 다른 창원 인디밴드 '이끼' 멤버 2명도 엔지니어로 참여한다. 마그디오에서 음원 녹음과 그에 필요한 믹싱과 마스터링 등이 가능했기에 비로소 앨범을 제작할 수 있었다.

"녹음실이 생기기 전에는 진짜 밖에서 연습을 했어요. 카페에서도 종종 했는데, 소음 때문에 쫓겨난 적도 있었죠. 계속 음악을 하려면 연습할 공간과 음원 녹음할 공간이 간절하게 필요했어요. 사실 창원에는 제대로 된 녹음실을 찾아보기 어려워요.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 놓인 창원 뮤지션들이 많이 찾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열게 된 거죠."

이렇게 마음껏 녹음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서부터 그동안 만들어놓은 노래를 하나씩 풀어놓고 있다. 곧 신곡을 3곡 담은 미니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곡 중 하나인 '다가오는 월요일이 싫어'는 회사 생활하면서 느낀 것을 가사로 담은 노래다. 폭풍전야 같은 일요일 저녁, 기타를 치며 '일 가기 싫다~'를 흥얼거리다 작곡하게 됐다. 가사에는 박 차장, 김 부장 등이 등장하며, 업무보고하기 싫다는 내용이 있다. 실제로 회사 행사에서도 부른 적이 있는데,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주위의 야유를 듣기도 했다. 또 다른 곡인 'walking on my way'는 이동원 씨의 철학이 담긴 노래로, 이전에 했던 마냥 신나는 음악과는 거리가 있다.

"제가 하는 것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았어요. 저는 음악을 하면서 공부를 소홀히 한 적이 없는데, 음악 때문에 정작 중요한 걸 못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가족을 포함해서 주변 사람들은 내가 걱정돼서 한 얘기일 테지만요. 그래도 나는 내 마음대로 할 것이라는 내용이에요."

마지막으로 'kiss on your body' 또한 지금까지 불렀던 달콤한 사랑 노래와 다르다. 어른들의 사랑을 주제로 파격적이고 야한 가사가 특징이다.

이들 신곡은 오는 23일 돝섬에서 열리는 '뮤직 인 창원 2017'에서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곰치는 현재 마그, 이끼와 함께 인디밴드 레이블 '인디워'에서 활동 중이다. 창원에서 같이 활동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자는 의미로 인디밴드와 워(war·전쟁)를 합친 이름이다. 인디워는 1년에 한 번 함께 콘서트를 하는데, 햇수로 벌써 6년이 됐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관객 투표를 해 순위를 매기고 꼴등 팀에게는 벌칙을 준다.

동원 씨는 언젠가 곰치 단독 콘서트를 열고 싶어 한다. 물론 그게 최종 목표는 아니다. 지금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하던 작업도 제쳐놓고 그 곡에 몰두한다는 그는 그렇게 평생 음악을 하는 게 목표다.

"예전에는 노래를 만들 때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반응을 신경 쓰기보단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려고 해요. 그래도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성헌 씨 역시 어떤 방식이든 꾸준히 음악을 하는 것이 목표다.

이들에게 창원은 나고 자란 동네이기에 편하다는 느낌이 제일 큰 곳이다. 가끔 놀랄 만큼 발전한 모습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뿌듯하다. 하지만 뮤지션으로서 창원은 아쉬운 점이 많다.

"처음 상남동에서 버스킹 할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중년 남성분들이 마치 <슈퍼스타 K> 심사하듯 '어디 한번 해봐'라는 식으로 멀찍이 지켜보셨거든요. 그래도 요즘에는 7080 노래를 불러주면 많이 호응해주세요."

"진주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창원에서 공연할 때보다 관객들의 몰입도와 호응도에서 차이가 났어요. 아무래도 창원에서는 이런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이 없기 때문이겠죠. 앞으로 '뮤직 인 창원'과 같은 축제가 꾸준히 열려 지역 뮤지션들이 설 공간이 많아지면 바뀌겠죠.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좋은 취지의 축제인 것 같네요."(정성헌) 

※곰치의 공연은 오는 23일 돝섬에서 열리는 '뮤직 인 창원 2017' 1부 메인 스테이지(오후 1시~3시 30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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