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도청에 소속된 행정심판위원회는 창원경상대학교병원 옆 남천프라자 건물에 약국을 개설해주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이유로 병원과 약국건물이 4차로 도로로 명확히 구분되고 환자들이 주변약국을 이용하기에 불편하며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여기에 반해 창원시약사회는 본 결정이 약사법과 여타 법을 위반하기에 약국이 개설될 수 없다고 맞서왔다. 비록 병원건물과 남천프라자 건물이 4차로 도로로 구분이 되었더라도 건물과 토지가 경상대학교병원 소유이기에 의료기관의 구내임이 확실하고 이것은 의약분업의 원칙에 맞지 않아 약국이 개설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판결을 내리고자 해도 무턱대고 한편을 옳다고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내용을 살펴보면 서로 '법리에 맞다 혹은 위반이다'라고 말하면서 하나의 사건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펼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양쪽이 부분으로 맞거나 아니면 한편이 거짓주장을 펼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까? 법과 편의성을 상호 만족하는 판정은 무엇일까? 경남도청은 이 문제를 다수결의 원리에 맡겼다. 행정심판위원들에게 의견을 물어 뭐가 좋은지 투표로 결정한 것이다. 물론 다수결의 원리는 사건을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결정 다수가 편리성을 선택하면서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면 위법성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경남도청이 져야 할까? 경남도청의 입장은 자신들이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어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행정심판위원들이 책임 지고 투표한 것일까? 아니면 무기명투표로서 의견만 개진해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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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팽팽한 주장이 맞서는 경우에 판정은 공정한 심사를 통해 편의성과 법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할 것이지만 경남도청은 행정심판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다수결의 가부로 결정을 내렸다. 만약 이 판정에 위법소지가 있다면 경남도청은 책임회피를 위해 행정심판제도를 이용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진정으로 좋은 판결 즉 문제를 제기한 양측과 법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경남도청은 좀 더 고심한 후에 행정심판 혹은 다른 방식들을 선택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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