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활동하던 인디 뮤지션 '1983년생' 공통분모로 뭉쳐
갑의 천박성 신랄하게 풍자 "행복한 기운 전달하고 싶다"

행운을 부르는 황금돼지섬! 창원시 마산합포구 돝섬 잔디광장에서 오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남도민일보와 함께하는 '뮤직 인 창원 2017' 무대가 펼쳐집니다. 실력 있는 인디 뮤지션의 공연 퍼레이드에 앞서 출연진을 미리 만나보는 코너입니다. 청명한 가을 멋진 인디 뮤지션의 공연과 함께 돝섬에서 멋진 추억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밴드 '1983'은 1983년 돼지띠 동갑내기인 박만(기타·보컬), 조용호(드럼), 박동현(베이스)이 모여 석 달 전에 결성했다. 원래 '절친'이던 이들은 각자 따로 음악활동을 해왔다. 걸출한 컨트리 싱어송라이터인 조용호는 서울, 부산, 경남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지난해 2월 정규 1집 <새로운 마을>을 발매했다. 창원에서 녹음실 '스튜디오 곰'을 운영하는 박동현은 2008년부터 '수평선'이라는 밴드로 서울 홍대에서 활동했다. 로큰롤 뮤지션인 박만은 2013년 창원에서 박동현과 함께 3인조 '존 스트롱맨 밴드'를 결성하고 그해 10월 앨범 <끈적끈적한 로맨스>를 발매했다. 이들 모두 창원을 기반으로 했지만, 활동은 전국적이었다.

존 스트롱맨 밴드(사진 왼쪽)와 조용호.

이들이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은 모두 다르다. 예컨대 박만은 완전히 형식이 갖춰진 낡은 형식의 음악을 좋아한다. 정통 로큰롤 파다. 조용호는 컨트리 음악을 하지만 90년대 유행한 펑크록에 심취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단지 1983년에 태어난 친구라는 것뿐이다. 사실 밴드를 만든 데에 대단한 배경이 있는 건 아니다. 친구끼리 하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먼저 했고, '다리에 힘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해보자' 해서 만들었다. 그러니 같이 음악을 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연주 중 어쩌다 한 명이 실수해도 나무라지 않는다. 그저 웃으며 놀리고는 넘어간다.

"음악을 하다 보면 서로 싸우기도 하고 불편한 감정이 생길 수 있죠. 하지만 우리는 절대 그런 거 없어요. 이제 나이가 든 만큼 성숙해져서 그런 것 같아요. 무엇보다 그냥 이 친구들이 너무 좋아요."(조용호)

굳이 음악 스타일을 말하자면, 1983은 '존 스트롱맨 밴드'의 음악적 정신을 이어받아 로큰롤을 추구한다. 여기서 '스트롱맨'은 사회적으로 힘 있고 상위층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1983 멤버들 역시 스트롱맨은 아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스트롱맨이 지닌 천박성을 직설적인 노래로 부를 수 있다.

"서로 피곤하게 줄다리기는 하지 말아요/ 오늘 밤 내 통장에 잔고를 보여드리리/ 끈적끈적한 로맨스를 원해요"

'끈적끈적한 로맨스' 존 스트롱맨 밴드

로큰롤이야말로 1983의 음악을 표현할 좋은 장르다. 로큰롤은 1950~60년대 미국을 풍자했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당시 미국은 베이비 붐이 일어나고 경제적으로도 부유했을 때였다. 이런 낙관적인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모두 사랑을 외쳤고, 그때 부흥한 노래가 로큰롤이다. 침체기인 현재와는 정반대의 상황이지만, 로큰롤의 형식을 빌려 현대사를 이야기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뮤직 인 창원'에서 1983은 기존 존 스트롱맨 밴드의 노래를 편곡해 공연할 예정이다. 준비 기간이 짧기도 하고 아직 밴드의 색이 잡혀 있지 않기에 신곡을 부르기엔 무리가 있어서다. 사실 이들에게는 앨범을 내거나 음원활동을 하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음악을 공유하면서 어떻게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지에 의미를 둔다. 음악은 이제는 목표가 있는 수단이 아니라 평생 함께 늙어가는 존재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는 세상이지만, 이번 밴드는 오래갈 거 같아요. 저번 주에는 다 같이 낚시를 갔는데, 잡은 갈치를 튀겨 먹고 텐트 치고 잠을 잤어요.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 만나지만 그렇게 놀면서 음악 하는 게 참 좋아요. 앨범도 그렇게 놀다보면 나오겠죠. 아직 계획은 없어요." (조용호)

"어린 시절에는 롤모델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을 떠나 음악을 하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에 집중합니다. 사람들에게 대단한 음악을 들려주기보단 우리의 행복한 기운을 전달하고 싶어요."(박만)

"음악으로 묶여 있는 이런 인간관계가 너무 좋아요. 그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함께 공연하는 것이 비싼 집에서 살고, 비싼 술을 먹는 것보다 더 행복한 삶인 것 같아요."(박동현)

창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조용호는 용지공원과 창원시청 로터리를 보면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지금은 옛날 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도 든다. 마산에서 태어난 박만은 상남동이 창원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상남동에 대한 기억들, 상남동을 관찰한 것들은 실제로 존 스트롱맨 밴드를 할 때 많은 영감을 줬다.

이들은 창원이 지닌 경제 수준보다 문화생활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부분이 작아서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인지 일상적으로 지역 뮤지션들의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2년 전에 창원과 진주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끼리 모여 같이 음악에 대해 교류한 적이 있었어요. 꾸준히 하는 듯했지만 어느 순간 많이 흩어졌죠. 하지만 여전히 창원에 남아 있는 뮤지션이 있어요. 박동현, 엉클밥 밴드 같은 친구들이 계속 음악을 하면서 언제든지 뮤지션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죠. 그래서 이렇게 새 밴드를 결성하고 나서 '뮤직 인 창원' 공연에 참여하기로 했을 때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같이 모여서 공연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멋져요. 계속 남아 음악을 하는 지역 뮤지션들에게 아주 고마워요. 우리도 이제 힘을 보태고 싶어요."(조용호)

※1983의 공연은 오는 23일 돝섬에서 열리는 '뮤직 인 창원 2017' 2부 스테이지(오후 3시 30분~6시)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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