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면 역시 재즈! 이 계절 가장 감미로운 만남
이선지 체임버 앙상블 : 이질적 감정 녹인 곡, 장엄한 연주 돋보여
이부영 트리오 : 클라리넷·클래식 기타에 중저음 음색 매력 더해
김민찬 이스트 웨스트 재즈텟 : 드럼과 다양한 악기 조화, 흥겨운 리듬에 분위기 고조

맘에 드는 자리를 차지하려는 관객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공연 시작 2시간 전 상황.

지난 15일 오후 7시 30분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창원시민 화합을 위한 3색 재즈 콘서트' 현장 모습이다.

표와 전단을 들고 밝게 인증 사진을 찍는 관객이 쉽게 눈에 띄었다. 공연을 앞두고 들뜬 모습이 역력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에 재즈 비평가 김현준이 올랐다.

지난 15일 오후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3색 재즈콘서트' 모습. 이날 출연한 (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선지 체임버 앙상블의 공연 모습. /박일호 기자 iris15@

그는 '3색 재즈 콘서트'를 "한국 재즈 단면을 엿보는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김현준의 설명처럼 이날 공연을 빛낸 세 팀의 무대는 각기 다른 매력의 재즈를 여과 없이 선사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전면에 내세운 이선지 체임버 앙상블은 장엄했다. 보컬리스트 이부영 목소리와 클래식 기타(박윤우), 색소폰·클라리넷(여현우) 선율의 만남은 고혹적이었다. 김민찬 이스트 웨스트 재즈텟은 드럼과 브라스의 역동성이 한껏 고조된 무대였다.

바실리 칸딘스키 그림 '고요한 사건'에서 제목을 빌린 백수린 소설 <고요한 사건>.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이선지 체임버 앙상블의 곡 '고요한 사건'은 평온함과 부조화라는 치명적 색채를 드러냈다.

이어진 '송 오브 에이프릴(Song of April)'은 4월의 봄처럼 산뜻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연주였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기대감과 함께 날 선 감정을 불러들이는 것처럼.

총 4곡으로 구성한 이들 무대가 끝나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관객 긴장을 말끔하게 씻어낸 무대였다.

지난 15일 오후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3색 재즈콘서트' 모습. 이날 출연한 이부영 트리오의 공연 모습. /박일호 기자 iris15@

이부영은 박윤우, 여현우와 함께 무려 5곡을 선사했다.

첫 곡은 '왓 아 유 두잉 더 레스트 오브 유어 라이프(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

중저음의 쓸쓸한 목소리가 클라리넷, 클래식 기타와 만나 고독함을 강조했다.

연주가 끝났음에도 객석은 곡 여운을 음미하듯 잠시 뜸을 들이고 나서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부영은 노래뿐만 아니라 재치 넘치는 언변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했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여현우는 이날 클라리넷과 더불어 바리톤 색소폰, 소프라노 색소폰을 오갔다.

금관 악기가 전면에 나설 때 클래식 기타는 끈적이는 감성으로 엄호에 나섰다.

이부영의 음성은 노련미가 돋보였다. 자연스레 여유가 묻어났다.

마지막 무대는 이날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구성이었다.

지난 15일 오후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3색 재즈콘서트' 모습. 이날 출연한 김민찬 이스트 웨스트 재즈텟의 공연 모습. /박일호 기자 iris15@

처음이자 마지막일 무대는 드러머 김민찬이 국내외 공연을 하며 만난 친구들과의 조우였다.

드럼이 흥겨운 리듬으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고, 브라스가 풍부한 음색을 더했다. 피아노와 베이스의 흡인력도 대단했다.

모든 악기의 솔로 연주에는 여지없이 큰 박수가 뒤따랐다. 반대로 김민찬의 열정적인 드럼 솔로에 관객이 숨죽이는 장면도 연출됐다.

빠른 호흡의 리듬이 줄기차게 이어졌고, 이날 공연에서 가장 큰 찬사가 이들 무대에 쏟아졌다.

이미 예정된 공연 시간을 훌쩍 넘긴 상황이었지만, 관객은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것처럼 무대를 즐겼다.

'3색 재즈 콘서트' 진행과 해설을 맡은 재즈 비평가 김현준. /박일호 기자

관객 이효윤(34) 씨는 김민찬 이스트 웨스트 재즈텟 무대를 최고로 쳤다.

그는 "무료 공연인 데다 지역 공연이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호기심에 처음 공연을 접했는데 수준이 무척 높아 좋았다"고 평가했다.

황연경(28) 씨는 이부영 트리오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모든 음을 목소리로 표현하는 모습에 놀랐다"며 "한국인의 목소리로 촉촉한 정통 재즈 선율을 들을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한껏 들뜬 표정으로 이선지 체임버 앙상블에게 사인을 받던 윤영실(17) 양에게 소감을 물었다.

"피곤해서 공연을 보다가 잠이 들까 걱정했는데,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게 즐거웠던 공연이었어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