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젊은 작가 창원서 마련
"로그캠프는 성장 주춧돌"
딱딱함 벗고 실험성 추구

장건율·방상환·박준우 작가가 '로그캠프'를 만들었다. 젊은 작가 셋이 사비를 털어 만든 공간이다.

창원시 의창구 사림로 99번길 44-11. 창원대학교 기숙사 후문 바로 앞 건물 1층. 철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하얀 벽면의 너른 공간이 나온다.

"마루가 지난해 문을 닫았어요. 도내 유일 대안공간인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보자,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창원에서 우리가 뛰어놀 공간이 없다'라는 생각이 항상 들었어요. 공간에 대한 결핍이 항상 있었죠. 젊은 예술가가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대안공간을 지향하는 로그캠프가 창원에 들어섰다. 장건율, 방상환, 박준우 작가가 힘을 모아 만든 공간이다. /로그캠프

로그캠프에서 만난 방상환, 장건율 작가가 로그캠프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은 게임 용어에서 로그캠프의 이름을 빌려왔다. 로그캠프는 게임 '디아블로2'에 나오는 한 마을의 이름이다. 게임 시작과 함께 생성된 캐릭터가 처음 머무르는 장소이자 성장의 초석을 다지는 공간이다.

박준우 작가는 "게임 속 캐릭터들이 다양한 출구를 가진 로그캠프에서 자신만의 방향성을 찾아가듯이, 예술가들이 긴 여정의 채비를 점검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로그캠프는 문턱 높은 미술관의 권위주의와 갤러리의 상업주의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데 중점을 둔다.

지난 8일 로그캠프가 첫 전시와 함께 문을 열었다. 사진 왼쪽부터 장건율, 박준우, 방상환, 이사람. /로그캠프

기존 화이트큐브가 소화하지 못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그 첫 번째로 이사람(이성륙) 그림전시회 '정병산 드루이드'가 로그캠프에 내걸렸다. 고향 창원에 대한 작가의 마음을 담은 그림 50여 점이 여기저기 흩어져 붙어 있다. 공간 한편 창고에도 그림이 걸렸다. 관객이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전시 내용이 달라진다. 경직, 딱딱함을 벗어 던져 버렸다.

로그캠프에 방문한 김소원(24·창원) 씨는 "편하게 예술을 접하고 싶다. 로그캠프는 부담없이 들어왔다 나갈 수 있어 좋다. 그림도 재밌다. 이런 곳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고 했다.

오는 30일까지 이사람 그림전시회 '정병산 드루이드'가 열린다. 이사람 작품. /로그캠프

로그캠프는 오는 30일 전시 막을 내리는 이사람에 이어 한소현(설치·회화), 설동주(일러스트) 작가를 초대해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젊은이들을 소개할 계획이다.

또 자본에 무너지는 대안공간이 되지 않도록 전시 포스터·엽서 판매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여러 창구를 고민하고 있다.

"롱런해야죠. 공간이 있어야 새로운 문화와 예술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창원대 미술학과 10학번 동기 셋이 모여 만든 로그캠프, 이제 시작됐다.

전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월요일 휴관. 문의 010-5127-4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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