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김나은·보컬 지윤해·드럼 정원진 3인조 록밴드
1960∼70년대 느낌으로 뭉친 '주목받는 홍대 뮤지션'

행운을 부르는 황금돼지섬! 창원시 마산합포구 돝섬 잔디광장에서 오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남도민일보와 함께하는 '뮤직 인 창원 2017' 무대가 펼쳐집니다. 실력 있는 인디 뮤지션의 공연 퍼레이드에 앞서 출연진을 미리 만나보는 코너입니다. 청명한 가을 멋진 인디 뮤지션의 공연과 함께 돝섬에서 멋진 추억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파라솔은 김나은(기타·보컬), 지윤해(베이스·보컬), 정원진(드럼)으로 구성된 3인조 록밴드다. 7월 하반기 K 인디차트에서 2집 정규앨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볼빨간 사춘기, 혁오 등을 제치고 3위를 차지하는 등 요즘 주목받는 인디뮤지션 중 하나다.

파라솔은 지난달 광주를 시작해 이달에는 대구, 부산, 창원으로 첫 전국 투어를 진행했다. 지난 10일 투어 마무리를 겸해 열린 창원 공연은 중앙동 개나리악기점 안에서 무료로 열렸다. 뜬금없다 싶었지만, 알고 보니 개나리악기점은 파라솔 멤버 김나은 씨 부모님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곳은 창원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라면 한 번쯤은 들르게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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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라솔 2집 '아무것도 아닌 사람'.

악기점을 하는 부모를 둔 까닭에 나은 씨는 5살 때부터 자연스레 음악을 접하게 됐다. 피아노 조율사인 아버지와 바이올리니스트인 큰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 악기를 배웠다. 나은 씨가 음악을 시작할 때 부모님은 잠깐 취미로만 하고 그만둘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음악을 계속하길 원했고, 악기점을 물려줄 생각이었던 부모님은 반대했다. 결국 딸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누구보다 파라솔을 사랑하는 팬이다.

15년 가까이 서울에서 생활한 나은 씨에게도 고향 창원은 의미가 크다. 창원이 혹시 '음악의 고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홍대에서 활동하다 보면 창원에서 온 뮤지션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나리악기점 공연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자리였지만 어느 때보다 소박하게 이뤄졌다. 무대라고 할 수도 없는 작은 공간에서, 악기점에 있는 악기를 써서 공연을 했다. 관객들도 바닥에 자유롭게 앉아 편하게 공연을 관람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나은 씨 부모님에게도 오래 기억될 뜻깊은 순간이 됐다.

파라솔의 노래는 대부분 윤해 씨가 부르고 나은 씨가 코러스를 넣는 구성이다. 하지만 자기가 쓴 노래는 자기가 부른다는 신조에 따라 나은 씨가 메인 보컬을 맡기도 한다. 어딘가 나른한 윤해 씨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청아한 나은 씨의 목소리는 파라솔의 또 다른 음악 감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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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개나리악기점에서 열린 파라솔 무료 공연.

세 사람이 파라솔로 뭉치기까지 사연은 이렇다. '트램폴린'으로 활동 중이었던 나은 씨는 드럼 세션이 필요했다. 그래서 당시 밴드 '얄개들' 드러머 원진 씨를 잠깐 부르게 된다. 그것을 시작으로 '술탄 오브 더 디스크'로 활동하던 윤해 씨까지 합세하게 됐다. 원래도 친한 사이였지만 그때를 계기로 더 가까워졌다. 각자 밴드에서 했던 음악 스타일은 다 달랐지만 1960~70년대 올드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파라솔을 결성하게 된다.

"파라솔이라는 이름은 사실 별 의미 없이 지었어요. 나중에야 알고 보니 스페인어로 '파라솔(Parasol)'이 '태양을 위하여(For the Sun)'라는 뜻이 있더군요. 저희가 좋아하는 비틀스 노래 중에도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작곡한 곡(Here Comes the Sun)이 있고요."

밴드를 결성한 후, 지난 7월 2집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발매하고서야 망설이던 전국 투어를 결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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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개나리악기점에서 열린 파라솔 무료 공연.

"전국 투어를 하게 돼서 아주 좋았지만 그만큼 걱정도 컸어요. 무사히 끝마친 지금 돌이켜보면 저희 생각보다 많은 분이 와주셨던 것 같아요. 저희를 많이 좋아하시는 분들이 노래를 따라불러 주시고, 열광해주시는 게 큰 힘이 됐어요. 좋아하는 마음이 서울에 있는 팬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어서 감회가 새로웠어요."(김나은)

투어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공연은 부산에서 한 공연이었다. 공연 자체도 즐거웠지만 노래를 아주 크게 따라 불러준 여성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 같다고 했다.

"2집 타이틀 곡 중 하나인 '설교'를 공연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젊은 여성 분이 엄청 크게 노래를 따라 불러서 그 분을 무대 위로 불렀어요. 2절을 시켰는데 가사는 틀렸지만 상관하지 않고 시원하게 열창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어요. 저 같으면 부끄러워서 절대 안 올라갔을 것 같아요. 우리가 아니라 저분이 진정한 로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정원진)

첫 전국 투어는 세 사람에게 음악에 대한 꿈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좋은 앨범을 발매해서 경비가 모이면 지금보다 더 많은 곳에서 공연을 하는 꿈이 생겼다. 나아가 몇십 년 뒤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팬들 앞에서 똑같이 늙은 세 사람이 공연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러도록 꾸준히 열심히 활동해야겠다고 다짐도 했다.

▲ 파라솔 프로필 사진.

'뮤직 인 창원'에서는 1·2집 정규앨범 위주로 공연할 계획이다. 그중 2집 타이틀 곡 중 하나인 '경마장 다녀오는 길'은 꼭 보여줄 생각이다. 윤해 씨가 하일지의 경마장 시리즈 중 <경마장을 위하여>를 재밌게 읽고 쓴 노래다. 옛날 경마장의 위험한 부분을 강조해서 쓴 가사는 조금 잔인하게 들리기도 한다. 경마장에서 모든 것을 건 베팅을 하며,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망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돈을 딴 사람도, 돈을 잃은 사람도 집을 나간다는 내용에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지금의 파라솔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한다는 이 노래는 어떤 의미심장한 의미가 있는지 가사와 함께 주의 깊게 들어볼 것을 권한다.

※파라솔의 공연은 오는 23일 돝섬에서 열리는 '2017 뮤직 인 창원' 2부 메인 스테이지(오후 3시 30분~6시)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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