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모두가 피해자] (3) '또래문화 파괴'안부터 살피자
학생들 인권마저 점수화 상벌점제, 갈등 부추겨
2006년 도입된 자치법정 보복·행복권 침해 우려 '서로 처벌'제도 없애야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가족보다 친구나 담임과 부대끼는 시간이 많은 학교 안에서 감시를 통해 상점(Blue-Point)과 벌점(Red-Point)을 받고, 법정 형식을 빌려 친구를 징계하는 제도가 있다면 이곳은 행복할 수 있을까? 상벌점제, 자치법정, 벌점누진제 등 동등한 위치가 아닌 '상-하', '가해자-피해자'로 양분돼 또래를 재단해야 하는 학교 내 규칙은 학교 폭력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고자질하면 1점' 상벌점제 폐지해야 = 상벌점제는 교육부가 2009년부터 체벌 없는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도입한 생활 평점제를 말한다. 학교마다 그린 마일리지라는 이름으로 바꿔 전국 대부분 학교가 시행 중이다. 학생들의 행동을 점수로 매기는 것이다.

"학교 매점 옆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거기서 먹지 않고 다른 곳에서 매점 음식을 먹다 걸리면 벌점을 줘요. 한꺼번에 200~300명 아이가 몰리는데 어떻게 그 공간에서 모두 먹을 수 있어요?"

벌점을 받은 한 고등학교 학생의 항변이다. 들키지만 않으면 죄가 되지 않는다. 들킨 아이들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기보다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친구 간 갈등 유발 요인이 되기도 한다.

김용택 전 전교조 경남지부장(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회원)은 "또 어떤 학교는 친구 흡연사실을 신고하면 상점을 준다. 어떤 학생이 고운 말을 쓰고 용의 복장이 다른 학생의 '본보기'가 되면 상점을 준다. 상점을 잘 받고자 거짓말을 하고 남이 보는 앞에서 선한 척하게 만드는 게 교육인가"라며 상벌점제의 반교육성을 꼬집었다.

◇자치법정은 모의 법정으로 = 학생자치법정은 학생들이 스스로 판사, 검사, 변호사 직무를 맡고 교칙을 위반한 학생을 실제 법정처럼 선도하는 제도로 2006년부터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자치법정의 운영 효과로 학생들의 법의식 함양에 도움을 주고, 인성교육과 학교폭력 문제 해결이 꼽힌다. 교육부는 '초중고 학생자치법정 우수사례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올해 4회째를 맞았다.

하지만, 자치법정이야말로 또래 문화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제도로 꼽힌다. 판사, 검사, 변호사를 맡은 아이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고 스펙이 되지만 법정에 서는 이는 교칙 위반으로 벌점이 일정 수를 넘어간 과벌점자 학생이 대부분이다. 같은 반이었던, 현재 같은 반이기도 한 또래의 잘못을 놓고 잘못을 탓하고 처벌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학교 안 공개 처벌 방식은 보복 행위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판사로서 과벌점자 학생 처벌을 결정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토로하는 학생도 있다.

김영현 전문상담사(경남위전문상담사협의회 회장)는 "학생자치법정은 모의 법정 형식을 빌려 사례를 중심으로 논박하고 판결을 내려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같은 공간에 있는 아이를 직접 처벌하고 한 공간에 두는 것은 모두의 행복권 침해다. 학교 폭력 대응이나 규제 등을 보면 학교는 말 잘 듣고 순응하는 학생만 키우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상담사는 "학교폭력은 피해자 고통도 상당하지만 가해자 역시 내적 갈등과 후회, 두려움, 처벌 등 고통을 수반한다. 반복되면 무감각해진다. 학교 폭력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아이들을 상담하는 때도 있다. 학부모와 교사도 이 과정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학교 안부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건전한 또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과벌점자 학생을 불러 징계하는 대신 함께 산행하는 것으로 벌점을 없애고 아이 목소리에 귀 기울인 한 교장의 교육 방법을 시도해봄 직하다. 학교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행복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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