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이야기를 꺼낸다.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아침부터 경남도교육청 기자실과 브리핑룸은 난리법석이었다. 부산 한 일간지에서 필요 이상으로 자세한 보도를 한 이후 이 사건은 '교사의 제자 성폭행'이 아니라 '여교사', '초등학생'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사회가 이 아이를 보호해야 하지만, 이미 개학해서 학교에 다니는 피해 학생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도교육청은 긴급 담화문 발표 자리를 마련했고 교육국장이 고개를 숙였다. 평소보다 두세 배는 많은 카메라와 기자가 브리핑룸을 채웠고 "교육청 사건 인지 시점은 언제인가", "교사 처벌일자는 언제인가" 등 질문이 이어졌다. 도교육청은 앵무새같이 "매뉴얼대로 처리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되레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육국장이 조용히 기자실을 찾았다. 아까 제대로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것은, 교육청에서 정확한 날짜를 언급하면 그것만으로 금방 어느 학교인지 알려지게 될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오프 더 레코드'를 요구하며 짧지 않은 설명을 이어갔다. 개인적으로 교육청 대처는 바람직했다고 생각하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그날 오후 이미 학교 홈페이지는 폐쇄되고 해당 학교 교실을 찾아가 주변인을 인터뷰한 기사가 속속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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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는 당일 오전 데스크회의를 거쳐 사건을 보도하지 않기로 했다. 도내 일간지에서는 유일했다. 도내 사건인 데다 화제성이 커진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학생과 가족들 인권이 우선 고려됐다. 그럼에도, 학교까지 찾아가 [단독] 타이틀을 건 기사를 접하고 기자로서 8월 29일을 부끄러운 날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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