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로 일하면서 원청기업의 부당하고 불공정한 거래 강요 탓에 피해를 보았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한 6명의 기업 대표가 있다고 한다. 이들은 2015년 10월 대우조선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던 시기에 사내협력사 일을 시작하였지만 이후 대우조선의 피해는 자신들이 고스란히 안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산업에서 해오던 거래 관행들로 인해서 원청기업들이 져야 할 책임이 사내협력사로 떠넘겨져 왔다. 물론 경기가 좋을 때는 사내협력사 역시 이득을 얻지 않았느냐는 말도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조선산업에서는 신기술이 필요한 새로운 작업이나 업무에 대한 책임을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에 고스란히 떠넘길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술력 확보를 통한 노동생산성 담보와 이에 따른 이윤 창출이 아니라 인건비 절감을 통한 단순한 이윤 확보 방식에 쉽게 타협할 수 있다. 즉, 조선산업의 원·하청 관계는 결코 수평적이지 않고 오히려 매우 수직적인 위계구조에 길들여져 있다.

조선산업에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견적서 제출 및 계약 체결 이후 작업'이 아니라 작업부터 하고선 나중에 서류 작업을 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또한 원청사가 대금을 결제하더라도 하청업체에서 돈을 받으려면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예를 들어 전자결제라는 핑계로 하청업체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대금 결제는 불가능하다. 당장에 돈을 돌려야 하는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사인부터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 피해대책위원회에 소속된 업체 전부가 해양플랜트 분야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우조선해양이 감당하지도 못할 일을 저지른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저지른 천문학적인 적자를 사내협력사도 같이 떠안으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시장 질서나 도덕을 무시한 주장이다. 먼저 대우조선해양의 존재 기반마저 위태로울 지경이라면 시장의 판단에 따라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조선산업이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이 산업의 운명 결정은 시장만이 아니라 정치도 개입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불합리한 구조를 그대로 존치하는 건 정말로 말이 되지 않는다.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선 대우조선해양 역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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