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처럼 없으면 허전한 편안한 존재이고 싶어"
2010년 결성 4인조 펑크, 포크 섞인 록 음악
마음 속 솔직한 이야기 담담하지만 큰 울림

행운을 부르는 황금돼지섬! 창원시 마산합포구 돝섬 잔디광장에서 오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남도민일보와 함께하는 '뮤직 인 창원 2017' 무대가 펼쳐집니다. 실력 있는 인디 뮤지션의 공연 퍼레이드에 앞서 출연진을 미리 만나보는 코너입니다. 청명한 가을 멋진 인디 뮤지션의 공연과 함께 돝섬에서 멋진 추억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밴드 엉클밥 트위터 계정에는 각종 밥 사진이 도배돼 있다. 유산슬밥, 샤부샤부밥, 카레우동밥까지…. 엉클밥은 이런 아재 개그가 어색하지 않은 창원 '삼촌 밴드'다. 왜 '엉클밥'이라 지었느냐고 물으니 오래돼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밥을 좋아해서 지었던 것 같단다. 2010년에 시작해서 어언 8년이 다 돼가니 그럴 만도 하다.

밴드 엉클밥 공연 모습. 왼쪽부터 신가람·노순천·박정훈·박정인 씨. /경남도민일보 DB

현재 4명인 엉클밥 멤버 중 노순천(보컬·기타), 신가람(기타), 박정훈(드럼) 씨는 마산에서 같이 고등학교를 나왔다. 원래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순천 씨와 정훈 씨는 20대 초반에 다른 친구와 펑크밴드를 1년 정도 했다. 군입대로 그만두게 됐지만, 음악에 대한 미련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30살이 가까워 오자 더 늦기 전에 음악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만 많았던' 백수일 때 엉클밥을 결성했다. 남은 멤버 박정인(베이스) 씨는 정훈 씨 친동생이다. 말년휴가를 나와 우연히 공연에 참가했다가 제대 후에도 자연스레 합류하게 됐다.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록에 가까운 펑크와 포크 등이 섞인 복합적인 음악'을 하고 있단다. 이들이 10대였던 90년대 음악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4명 다 친하게 지낸 뮤지션 어깨너머로 악기를 배웠다. 작곡 또한 흥얼거린 멜로디에 맞춰 각자 악기로 연주해보다가 조금씩 완성해간다. 가사는 대부분 순천 씨가 쓰는데, 처음에는 정신적 안정을 위해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울증에 가까울 만큼 정신적으로 불안한 시기를 거친 그는 그때 들었던 생각을 글로 써내려 갔다.

"제 이야기를 SNS에 올렸다면 사람들은 나를 단지 관심이 필요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가사에 넣어 노래로 불렀더니,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셨죠. '혼자 있는 밤은 너무 위험해', '거짓말 안 했으면 좋겠어요' 같은 노래는 모두 그때 적은 글로 완성했어요. 솔직히 친구들끼리 술 한잔하면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한두 번이잖아요. 하지만, 노래는 반복해서 부를 수 있고, 나중에는 다른 의미도 부여해서 부를 수 있지요. 그런 게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됐어요." (노순천)

순천 씨는 신문이나 뉴스를 접하며, 쉽게 잊히지 않는 사건들에 영감을 얻어 가사를 쓰기도 한다.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상상도 못할 일들이 보도되는 것을 보며 분노와 슬픔을 느끼고 자연스레 가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전쟁에 목말라 있는 몇몇 나라들을 비판하는 '전쟁놀이'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핵폭탄의 이름을 딴 '팻맨'도 그렇게 지어진 노래다.

엉클밥은 세월호 참사 추모 분위기가 한창일 때 공연에서 '새빨간 너의 상처, 새파란 어린아이'를 자주 불렀다. 참사 전에 지은 노래지만, 가사가 세월호 희생자들과 맞아떨어져 이후 노래를 부를 때마다 세월호가 떠올랐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세월호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새파란 어린아이/ 새파란 파도 속에 삼켜진 /새파란 너의 젊음 /새파란 철판 앞에 막혀진/ 새파란 너의 꿈들

-'새빨간 너의 상처, 새파란 어린아이'중

앞서 소개한 밴드 1983 멤버 조용호 씨는 "엉클밥이 지금까지 창원에서 버티고 음악을 하고 있기에 지역 뮤지션들이 지금까지 버티며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창원에서 활동하는 몇몇 뮤지션들에게 '엉클밥'은 지역 뮤지션들의 명맥을 이어나가게 하는 힘이다.

"2014년도쯤에 창원에서 인디 뮤지션 바람이 불기도 했어요. 하지만, 한순간에 다 해체되며 현재는 다 사그라졌죠. 그렇게 외롭게 음악을 했던 우리는 같이 공연할 뮤지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같이 공연하면 활기차고 좋겠다는 생각에 기다린 거죠. 사실 창원 내에서는 무대에 함께 올라갈 뮤지션들이 없으면 공연장을 구하기 어려워요. 특히 저희 같은 록밴드는 거의 없어서 설 수 있는 무대도, 찾는 사람도 없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커요."

처음에는 삶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만 음악을 하자가 목표였다. 하지만, 갈수록 욕심이 생겼고 그만큼 음악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이제는 음악이 삶의 낙이 된 엉클밥은 모여서 즐겁게 연주하는 것에 뜻을 두고 있다.

"각자의 연주가 섞여서 나오는 그 기운이 음악을 하는 원동력 되는 것 같아요. 저희가 공연을 하면 동네 친구들이 다 모이게 되는데, 그럴 때라도 모여서 노는 게 너무 좋아요. 자주 만나서 연습해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바람도 크죠." (신가람)

엉클밥은 현재 첫 정규앨범을 준비 중이다. 앨범을 내는 것은 돈을 번다는 목적보다는 엉클밥의 음악을 기록한다는 의미가 크다. 돌이켜 보면 옛날의 엉클밥 색깔이 담긴 노래를 못 남겨 둔 게 아쉽다고 했다. 이들은 지금부터라도 노래를 남겨두어 몇십 년 뒤에 함께 듣고 웃으며 얘기하는 꿈을 꾸고 있다.

'뮤직 인 창원'이 열리는 돝섬은 마산에서 고등학교에 다닌 엉클밥 멤버들에게 학창시절 필수 소풍 코스였다. 거의 매년 다녀왔다고 했다. 해상유원지, 공중그네를 타는 서커스단, 서커스단 책받침 등 많은 추억이 남았다. 번성과 쇠퇴를 가까이에서 눈으로 보며 커왔기에 예쁜 풍경을 가진 돝섬이 20년 가까이 멈춰져 있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돝섬은 마산만에 있지만 막상 그곳에 가보면 창원, 마산, 진해 바다 중앙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돝섬을 한 바퀴 돌면 창원의 옛 도시와 마창대교까지 바다를 쭉 둘러볼 수 있지요. 통합 창원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에서 지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곳이라 생각돼요. 이런 의미에서 돝섬이 예전의 명성을 살려 다시 환상의 섬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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