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롭기도 고통이기도 한 전기의 딜레마
도시 인근에 짓고 송전로는 국도 활용을

태양이 떠오르는 이른 아침에, 혹은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하늘을 발갛게 물들이는 석양 무렵 송전탑을 가끔 본다. 고향 동네에 고압 송전탑이 있기 때문이다. 들판을 가로질러 줄을 매달고 서 있는 송전탑, 혹은 몇겹 산등성이마다 거대한 거인처럼 서있는 송전탑. 그런 송전탑을 보면 (시각적으로)멋지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그 멋지게 보이는 송전탑은 괴물이기도 하다.

어제 뉴스 모니터에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시설은 빨리 늘어나는데 비해 그 전기를 먼 곳으로 보내는 송전시설은 빠르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가 내 눈을 끌었다. 한국전력 통계로 보면 2006년부터 작년까지 발전설비용량은 약 62%가 증가했지만 송전선은 약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며칠 전 이런 신문 기사도 있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공장은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데 전기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가 주민들 반대로 인근 지역에 건설될 발전소와 송전선 공사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송전선 건설 문제는 이처럼 국민 생활과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해서 주민들의 반대를 존중해 공사를 불허한 지자체를 나무랄 수 있을까? 혹은 반대 주민들을 이기주의라고 쉽게 단정할 수 있을까?

경남만 하더라도 밀양 송전선 비극이 있었고, 그 비극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 후유증으로 사이 좋던 시골마을 사람들끼리 갈등으로 대립하고 있다. 또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창원시 월영동·북면, 함안 군북 등지에서도 새 송전선 건설을 놓고 당국과 주민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전체 국민으로 보면 전기는 편리하고 이로운 것이지만 송전선과 지척에 있는 주민에게는 불안과 고통이다. 그리고 송전선로 바로 아래 혹은 바로 옆에 있는 집, 가게, 논밭, 산 주인은 막연한 고통과 불안이 아니라 실제 경제적으로 큰 손실이 생긴다. 송전선 바로 아래에 있는 집이나 논밭, 산을 좋아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좋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장거리 송전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전기 수요가 많은 곳(예를 들면 수도권) 인근에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있는 송전선로나 새로 건설해야 하는 송전선로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 고속도로나 국도를 활용하면 어떨까? 고속도로와 국도의 토지와 시설은 이미 국가 소유이고 전국 어디에나 연결된다. 고속도로와 국도 지하에 송전선을 설치하거나 혹은 도로 위에 송전탑을 설치하면 어떨까? 일부에서는 송전선 지중화에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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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미 설치된 송전탑도 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해주고 설치했다면 아마도 지중화하는 것만큼이나 많은 돈이 들었을 것이다. 특히 과거에 임야와 논밭을 가로질러 설치한 송전선은 대부분 제대로 보상이 되지 않았다. 순서대로 따진다면 이들 송전선부터 제대로 보상하거나 걷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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