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조 경남광역치매센터장 인터뷰]
센터, 환자 재활·가족 교육·사회적 현황 조사 등 서비스 목표
적절한 치료, 진행 더디게 해…포기 말고 '부지런한 생활'해야
흡연·운동 부족·우울증 등 위험 요인 관리, 초기 발견도 중요

어르신 중에는 암이나 다른 어떤 병보다 치매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치매 환자를 돌보다 가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언론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자신을 잃어가는 병이라는 치매. 이런 치매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고 있다.

그중 하나로 올 3월 경상대학교병원에서 운영을 시작한 경상남도광역치매센터는 '치매극복의 날'인 지난 21일 센터 개소식을 했다. 센터장인 김봉조 경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만나 경상남도광역치매센터와 치매에 대해 알아봤다.

-광역치매센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2012년 치매관리법이 제정되면서 2013년부터 중앙과 광역 치매센터가 전국에 순차적으로 생겼다. 지난해 울산·광주·세종·경남의 위탁기관이 확정된 후 17개 광역시도 모든 곳에 광역치매센터가 설립됐다. 보건복지부 예산 70%와 도 예산 30%가 투입되며, 경남도에서 위탁받아 운영한다."

-어떤 역할을 하나?

"치매 연구와 예방, 진단, 관리 등을 위한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치료하는 역할보다는 경남 치매 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와 가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자원을 조사해 적절한 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연계한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먼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 환자를 대상으로는 주로 인지재활 프로그램을 개발해 일선 시군구 보건소 치매상담센터 담당자들을 교육한다. 그들이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환자 가족을 위해서도 교육이 필요하다. 직접 교육하기도 하고 관내 20개 보건소 담당자들이 가족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일종의 강사 양성을 하고 있다. 또한 예비환자를 대상으로 예방을 위한 인식 개선 사업을 진행한다. 치매예방 체조를 보급하고, 대학생이나 기관·회사 등과 협약을 해 치매를 올바로 인식시키는 '치매 파트너 사업'을 한다."

-치매는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다.

"병 자체보다, 그로 인해 가족들이 고생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치매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로 더 걱정을 많이 한다."

김봉조 경남광역치매센터장(경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 치매와 광역치매센터 역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원정 기자

-어떠한 오해가 있나?

"먼저, 치매는 치료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치매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치매 환자 중 10% 정도는 치료가 가능한 치매이다. 예를 들어 뇌수두증이나 우울증으로 인한 치매는 수술과 약물치료 등으로 완치 가능하다. 다른 치매도 적절한 치료로 진행을 느리게 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완치할 수는 없지만, 병의 진행을 늦추면 혼자 활동이 가능한 시간을 몇 년 더 유지할 수 있다. 전체 인생에서 3~5년은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어르신들의 삶에서 3~5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치매는 치료해도 달라질 것이 없는 병이 아니라, 꾸준한 치료로 진행을 늦추면 환자의 삶에는 큰 차이가 있다."

-또 다른 오해는?

"나이가 들면 다 치매에 걸린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치매는 정상 노화 과정과 다르다. 또 드라마 등의 영향 때문인지 치매에 걸리면 모두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주로 치매 말기가 돼야 나타나는 증상이다."

-정상 노화와 치매는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나?

"정상 노화 과정은 모든 사람에서 진행되며, 일정한 신체 및 뇌기능 감퇴가 나타난다. 대표적인 정상 노화과정의 예가 건망증이고,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단계로 경도인지장애가 있다.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금방 생각할 수 있고, 어느 시점에서는 저절로 기억이 가능하다. 하지만 치매는 외부에서 단서를 제공해도 기억해낼 수 없다. 삽화기억, 즉 사건을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친구들과 사흘 전 계모임을 했는데 전혀 기억을 못 한다든가 하는 것처럼 사건을 통째로 잊어버리는 것은 치매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며칠 전 전화로 오늘 점심 약속을 했는데, 잊은 친구가 있다고 치자. 상대방에게 말했을 때 '아차, 깜빡했네'라고 하면 건망증이다. 하지만 '언제 그런 약속을 했지?'라고 하면 치매 가능성이 있다. 모든 건망증이 치매로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 치매는 건망증부터 시작한다."

-치매 환자가 있으면 그 가족들도 많이 힘들어한다.

"가족 교육이 많으므로 이를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가족들이 치매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을 통해 질병 특징과 사회적 지원제도, 문제행동 대처요령, 환자 서비스 방법 등을 익힐 수 있다. 또 환자의 약 30%는 우울증을 동반하므로 우울증 치료도 함께 해야 한다. 이러한 특징을 알면 도움된다."

김봉조 경남광역치매센터장이 센터 회의실에 섰다.

-치매에 잘 걸리는 사람이 따로 있나?

"그렇지 않다. 치매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도 모두 치매를 앓았다. 다만 치매 위험 요인은 있다. 음주는 치매 위험을 2.6배 높인다. 과음은 직접적으로 뇌를 손상시키고, 당뇨나 고혈압을 일으켜 간접적으로 치매 위험성을 높인다. 또 흡연, 뇌손상, 고혈압, 당뇨, 비만, 운동부족, 우울증 등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 그러므로 이러한 요인을 잘 관리하면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어떤 치매는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뇌 변화가 생긴다던데?

"치매는 여러 종류가 있다. 대표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와 파킨슨병, 전측두엽 치매, 레비소체병이 있는데, 이들이 전체 치매의 95~97%를 차지한다. 이 중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라는 단백질이 뇌에 과도하게 축적되면서 뇌 세포에 손상을 주는 것이 핵심 기전으로 알려져 있는데, 발병 8~10년 전부터 뇌에서 이런 변화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증상 없이 뇌의 변화가 진행되다가 4~5년은 가벼운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아밀로이드 브레인'은 아밀로이드 PET 검사로 발견할 수 있다. 치매가 걱정되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본인과 가족, 그리고 사회를 위해서 좋다. 가벼운 증상이라고 안심하지 말고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생활수칙이 중요하다. '예방수칙 3·3·3'을 환자들에게 말한다. 먼저, 권하는 3가지가 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걷기, 생선과 채소 골고루 먹기, 부지런히 읽고 쓰기다. 참을 것 3가지는 술은 적게 마시고, 담배는 피우지 말고,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챙길 것 3가지는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 받기, 가족·친구들과 자주 소통하기, 매년 치매 조기검진 받기이다. 이 9가지에 우울증 치료를 더해 10가지를 잘 챙기면 연구 결과 치매를 48%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쉽지만 잘 지키지 않는다."

-치매 환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치매를 불치병으로 여기고, 또 가족들을 아주 힘들게 하는 병이라고 생각해 막연한 두려움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치매에는 착한 치매와 나쁜 치매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착한 치매는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행동적으로는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이다. 아주 말기까지 가지 않는 이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 이런 치매가 상당히 많다.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광역치매센터의 활동 방향은?

"현재 교육 프로그램 등 연중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지역 특화 사업을 개발하려고 한다. 타 광역단체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빠른 시간 내에 같은 역량으로 키우는 게 당장의 과제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전국 4위인 도내 치매 유병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치매에 걸려도 환자와 가족, 사회 모두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량을 모을 계획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