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저 표절 인정 잘못 시인한 상황
바로잡지 않으면 비판 대상과 도긴개긴

한겨레는 5월 26일 지면에서 올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선정 결과를 알리면서 수상자인 강화길 작가가 대학 시절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하 <삼미슈퍼스타즈>) 같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흥미롭게 읽었다"라고 한 수상 소감을 보도했다.

작가 강 씨가 같은 상의 수상자 반열에 오르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힌 박 씨의 <삼미슈퍼스타즈>는 2003년 수상작이다. 당시 신인 작가이던 박 씨는 이 수상을 계기로 소설가 인생의 꽃을 만개하게 되었다. <삼미슈퍼스타즈> 없는 박 씨를 상상하기 힘들 만큼 박 씨에게 이 작품은 소설가 이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그러나 2015년 한 월간지에서 나와 최강민 평론가는 박 씨의 소설 가운데 표절작이 있음을 지적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삼미슈퍼스타즈>였다. 처음에 완강히 혐의를 부인했던 박 씨는 결국 "명백한 도용이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월간중앙 2015.9)임을 인정하였다.

총 3부로 나뉜 이 소설에서 알짬을 이루는 1부는 한 야구팬이 어린 시절 응원했던 프로야구 초창기 팀 삼미 슈퍼스타즈에 얽힌 추억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박 씨가 자신의 상상력을 온전히 발휘한 창작이 아니다. 소설에서 '한국시리즈'(1984년 이전에는 '코리언시리즈')를 '코리언리그'라고 엉뚱하게 표현하는 등 스포츠에서 '리그'와 '시리즈' 개념조차 헷갈리는 박 씨가, 삼미 슈퍼스타즈 어린이팬 출신인 한재영 씨가 1990년대 후반 PC통신에 연재한 <거꾸로 보는 프로야구사>라는 글을 거의 전적으로 도용한 것이다. 박 씨가 한 일은, 한 씨의 저작에다 등장인물을 만들어 넣어 소설적 외형을 갖춘 것일 뿐이다. 박 씨의 표절은 이런 식이다. "금광옥 - 무슨 광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놀랍게도 사람이름이다."(한재영) "금광옥: 어떤 광물(鑛物)의 일종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아니다."(박민규) 그러나 박 씨의 소설은 문장구조나 표현의 유사성에 그치지 않고 1부 전체의 내용 전개나 서사, 특히 아쉬움만 남기고 사라진 초창기 프로야구팀에 대한 원작 특유의 신파적 정서까지 빼닮았다. 사실 표절 의혹이 퍼지기 훨씬 전, 아마 출간 직후에 <삼미 슈퍼스타즈>는 한 씨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어쨌든 박 씨가 자신의 표절을 순순히 시인함으로써 문제는 일단락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박 씨가 한 씨에게 사과와 보상을 했는지, 오랫동안 엉뚱한 사람에게 자식을 빼앗긴 어미의 심정이었을 한 씨가 마음을 풀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표절작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여전히 세상에 나오고 있다. 박 씨가 자신의 잘못을 시인만 하고 그것만으로 끝냈다면 무책임한 것이다. 이 점에서 박 씨보다 더 큰 잘못은 한겨레출판에 있다. 한겨레출판은 표절 의혹을 제기한 원저자의 주장은 물론이고 표절 혐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거나 박 씨가 혐의를 인정하는 등 일련의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표절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기 이전에는 어쩔 수 없었다 쳐도 해당 작가가 인정했는데도 여전히 책을 파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한겨레출판은 <삼미슈퍼스타즈>에 준 문학상 타이틀도 환수하지 않았다. 표절작이 문학상을 달고 팔리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한겨레출판에 묻는다. 같은 상의 수상자 입에서 표절작이 존경스럽게 언급된 것을 그대로 기사화한 한겨레에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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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한겨레 기사는 공공기관 부정채용 실태를 집중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부정채용 사실보다 더 큰 개탄스러운 일은 그런 일이 드러나도 당사자들은 대부분 버젓이 근무하고 있는 반면 억울한 탈락자들은 전혀 구제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한겨레의 취재가 아니었으면 모를 뻔했다. 그러나 자사 문학상 수상작이 용인할 수 없는 부정행위의 산물임에도 모른 척하는 한겨레나 부정 채용이 발각되더라도 바로잡지 않는 공공기관의 행태나 거기서 거기다. 거꾸로 선 정의가 거꾸로 선 정의를 개탄하는 현실은 개탄스러운가, 아닌가.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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