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사장 자살로 경영 위기감 최악
직원들 어두운 표정서 심각함 느껴

사천의 대표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의 현 모습은 총체적 난국이다. 직원들의 표정을 보면 얼마나 심각한지 느낄 수 있다. '한가위만 같아라'는 한가위가 낼모레인데, 직원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로 가득하다.

회사는 검찰로부터 방산·경영 비리 의혹 전반에 걸쳐 대규모 수사를 받고 있고, 하성용 전 사장은 결국 구속됐다. 지속적인 회사의 실적 악화에 임원진 등 컨트롤타워 공백까지 겹쳐 현재 추진하던 사업이 어려워지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코앞이지만 어찌 즐겁겠는가. 특히, 김인식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회사 내부의 경영 위기감은 창사 이래 최대·최고 수준이다.

김 부사장은 21일 오전 8시 42분께 사천시 사남면에 있는 ㄱ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이 직원은 이날 김 부사장이 출근을 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자 ㄱ 아파트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부사장은 지난 17일 이라크로 출국했다가 20일 귀국했는데, 귀국 후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FA-50 경공격기 수출 대금을 받기 위해 해외출장에 나섰지만, 목적을 이루진 못했다.

현장에선 A4 용지에 자필로 쓴 유서가 3장 발견됐다. 유서 한 장은 수천억 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하고 일감 몰아주기 대가로 협력업체 지분을 차명 보유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일 긴급체포된 하성용 전 사장과 직원들에게 남겼다. 김 부사장은 유서를 통해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깝다. 회사 직원분들께 누를 끼쳐서 죄송하다"며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나머지 유서 두 장은 가족들에게 남긴 것으로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부사장은 방산·경영 비리와 관련해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자살 사건은 사법당국 수사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수사 대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사법당국의 수사가 종종 종결되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김 부사장의 자살로 KAI에 대한 수사가 중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부분 '강압수사 논란'과 '핵심 피의자 자살로 인한 수사불가'로 수사가 종결되는데, 김 부사장의 자살은 전혀 해당사항이 아니다. 김 부사장은 조사 대상이 아닌 데다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은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명호.jpg

그렇다고 수사당국이 이번 김 부사장의 자살에 전혀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죽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는가. 검찰 수사가 두 달이 넘도록 진행되고 있는 점과 부정부패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부분이 김 부사장의 자살을 부추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한가위 같지 않은 한가위를 보내게 될 KAI 직원들에 대한 책임은 수사당국뿐만 아니라 정부의 몫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