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긴장 '전쟁 불사' 우파 주장 우려
6·25 아픔 있어 '전쟁 불가' 단호해야

북핵과 미사일로 촉발된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표현대로 6·25 이후 가장 큰 위기다. 시정잡배들도 아닌 일국의 국가 지도자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막말 싸움은 마치 서부 활극에서 목숨을 건 한판 싸움처럼 아슬아슬하다. 트럼프가 '완전한 파괴'를 언급하자 북한은 '태평양에서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위협했다. 트럼프가 다시 김정은을 '미치광이'라고 비난하자 북한은 트럼프를 '정신이상자' '늙다리' '깡패'라며 몰아세웠다. 급기야 미국은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B-1B 폭격기'를 휴전선 최북단까지 출격시켜 전례 없는 무력시위로 위협했다. 이 폭격기들은 풍계리 핵 실험장은 물론 평양을 순식간에 초토화할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ICBM급 탄도미사일로 미국 본토공격을 협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이 난처하게 느껴진다. 북의 핵보유국을 향한 행보는 거침없는데 대화 제안은 번번이 거절되고 이에 대응할 마땅한 방법이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평화'나 '대화' 같은 언사가 한가롭거나 메아리 없는 주장처럼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죽고 살기 식으로 '한판 붙자'고 속 시원하게 나설 수도 없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미공조를 공고히 하면서 국제적 지지를 받아 대북압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말고 뾰족한 수가 없다. 비록 미지근하게 느린 행보가 되더라도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각국을 설득해서 경제적 외교적 압박수단을 강구하는 일이 최선이라고 여겨진다. 그조차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일부 호전적 우파 주장처럼 '전쟁 불사'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 단호해야 한다. 만약 북미 간 무력대결이 이루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반도의 일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극우파들과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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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아무리 그 피해를 최소화한다 하더라도 '단 한 번의 공격으로도 최소한 200만 명 이상이 희생될 것'이라는 게 미국 시나리오다. 미국에는 한판의 전쟁놀이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요 국가 존망의 일이다. 인명 살상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당장 평창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번 삐끗하면 우리 경제는 결딴이 난다. 우리 주식시장은 반토막이 날 것이고 외국 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그것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지금 불행하게도 북핵 문제에 걸려 고통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전쟁으로 가서는 안 된다. 군사적 대비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한미방위조약과 핵우산 정책의 견고한 동맹을 가동시켜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게 있다.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다. 우리 국민 다수는 도발에는 단호해야 하지만 무력 전쟁은 안 된다는 확고한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는 6·25의 아픈 기억을 가진 나라다. 천만다행인 것은 이런 위기에도 국민의 동요가 없다는 점이다. 참 고맙고 마음 든든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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