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운영에 지방정부 중요, 민주당 김경수 출마 저울질, 한국당 현직의원 후보 거론
지역 이슈·표심 '변화'주목…각 당, 긴장감 속 당선 자신

"찬바람이 불어야 알 수 있지 않겠나."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관계자는 내년 6·13 지방선거 도지사 후보 윤곽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정권교체 이후 집권여당으로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도당 관계자들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경남지역은 '여소야대' 정국의 결정판이다.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다수가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정권교체 이후 지방권력 교체에 관심이 쏠리지만 그리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찬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 아직 후보군조차 뚜렷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정권 교체 후 처음으로 맞은 이번 추석 민심이 지방선거 여론 형성 추이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민이 생각하는 내년 지방선거 의미는 무엇이고, 어떤 후보를 원하는지 여야가 귀를 기울일 때다.

◇현직 프리미엄은 없다 = 부산·경남(PK)은 여야 전략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고향에서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의미있는 결실을 거둬야 한다. 대통령과 지자체장 임기가 겹치는 만큼 집권 후반까지 안정적인 국정수행을 위해서는 지방정부 뒷받침이 중요하다. 지역균형발전과 분권을 강조한 정부의 국정과제를 실현하는 데도 지방권력 교체는 필수적이다. 소수 여당인 경남에서 지방권력 교체 핵심이 도지사 선거다.

현재 도지사직은 공백이다. 전 지사였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대선 출마로 경남도는 역대 최장 권한대행 체제가 됐다. 도지사 공백 사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당이지만 경남 선거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홍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거니와 대구·경북지역을 빼고 그나마 '빨간색'을 덧칠할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천(私薦)' 논란이 끊이지 않는 홍 대표가 경남에서 당선 가능성을 실제 공천 기준으로 삼을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의원과 단체장 사이 = 여야에서 거론되는 유력 후보들은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중도사퇴라는 비난 여론에 대한 부담 탓에 일찍 드러내지 않을 뿐 물밑작업이 한창이라는 게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후보는 역시 여당 대표주자로서 김경수(김해 을) 의원이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 의원 출마 여부에 따라 선거구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 안팎에서는 필승카드로 김 의원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고성(고향)·진주(학연)·김해(지역구) 등 서부·동부지역을 아우르는 폭넓은 연고에 도지사 출마 경험도 있다. 2014년 도지사 선거에서 당시 홍준표 후보(58.9%)와 맞붙어 36.1%의 득표율로 선전하기도 했다. 여당 후보군으로 민홍철(김해 갑) 의원과 공민배 전 창원시장이 있다. 일각에서 박원순 서울시장도 거론됐지만 현실성이 낮아 보인다.

한국당은 김경수 의원 대항마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김 의원이 출마하더라도 중량감 있는 후보를 내세우면 '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주영(창원 마산합포)·윤한홍(창원 마산회원)·박완수(창원 의창) 의원이 당내 경선에 뛰어들지가 관심사다. 5선 중진인 이 의원은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등 당내 입지 강화에 관심이 더 많고, 윤한홍·박완수 의원이 출마 의지가 강하다. 김학송·안홍준·김영선 전 의원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바른정당에서 조해진·신성범 전 의원이, 정의당에서는 여영국 도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도민 관심사 읽어야 = 올 초 탄핵 국면과 대선을 거치면서 보수 일색이던 경남 표심은 과연 얼마만큼 달라졌을까?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지방선거 결과를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렵다. 한국갤럽 9월 둘째 주 여론조사 결과 경·부·울 지지율이 59%에 머물렀다. 대구·경북 62%보다 낮은 전국 최저치이다. 전통 보수층 기반이 두터운 데다 불경기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권 교체 민심이 경남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유권자 의식이 강해진 만큼 도민 관심사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경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수정당 아성인 경남에서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이 어느 정도 지역을 차지할지는 전국적인 관심"이라며 "도민이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줄지, 그에 따라 남은 임기 동안 국정수행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가 지방선거 주요 관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보수정당 공천을 받으면 당선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대통령이 바뀜에 따라 경남에서도 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지형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뀐 정치 지형에서 지역발전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도민 삶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주는 후보가 누구인지 찾게 될 것"이라며 "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들이 도민 관심사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과거에 비해 당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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