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원고 승소 판결 "발병-업무 인과관계 있어"

우편배달 중 뇌경색으로 쓰러진 집배노동자가 항소심에서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1행정부는 사천지역 우체국 소속 ㄱ(46)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신청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ㄱ 씨는 지난 2014년 4월 8일 오토바이를 운전해 우편물, 소포 등을 배달하다 쓰러져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ㄱ 씨는 뇌경색에 대한 요양급여를 신청했는데,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와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해 8월 8일 불승인 처분을 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6년 10월 1심 재판부는 ㄱ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뇌경색 발병이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ㄱ 씨는 오랜 기간에 걸쳐 장시간 근로를 하며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됐다. 뇌경색이 발생할 즈음 업무 경감을 위해 집배구역 변경 요청을 해 집배구역 변경이 이뤄졌다. 하지만, 집배구역 변경 등에 관해 팀원 간 갈등이 발생하고 기존 집배구역 담당자가 하던 업무에 추가 업무를 부여받고, 여기에 주소 체계, 집배구역 변경으로 업무 처리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경색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발병했거나 기존 질환(고지혈증)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ㄱ 씨는 지난 1996년 5월부터 2014년 4월 뇌경색 진단을 받을 때까지 18년간 우체국 집배 노동자로 일했다. 뇌경색 진단을 받은 날로부터 12주간 근무 자료를 보면,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1주 전 58시간 33분, 12주 전 67시간 39분 등으로 조사됐다. 상시로 초과근무, 휴일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약 10년간 퇴근 후 우체국 내 고객만족(CS) 강사로 다른 집배 노동자를 위한 강의 준비도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노동단체는 우정사업본부가 조속히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훈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경남·부산 지역 노동환경실태조사를 통해 집배 노동자의 살인적 노동 강도와 노동시간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다. 이번 판결 역시 이러한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우정사업본부는 집배 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고 적절한 휴식 시간 보장, 노동 강도를 낮추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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