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회의서 "정책 조언·분석 미흡"지적…역량·인력 등 재편 의지 읽혀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간부회의에서 경남발전연구원(이하 경발연)의 활성화 방안을 요구했다. 추석 연휴 이후 다소 느슨해질 수 있는 업무 긴장도를 높이려는 한 권한대행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회의는 90여분간 진행됐다. 실국별 현안 파악에 이어 출자출연기관인 경발연을 겨냥해 작심발언을 했다.

한 권한대행은 "경발연은 경남도의 정책 파트너인데 그런 관계 정립이 안 되어 있는 것 같다"면서 "경남도의 싱크탱크로서, 정책적 판단과 조언·분석이 매우 중요한데 그런 기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최근 논란 중인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추진이 도내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해 아무런 연구보고나 제안이 없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내외 정세나 주요 현안과 연계한 발 빠른 정책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이었다.

한 권한대행은 이어 "연구원의 정책역량과 연구·조사 기능을 보완하고, 필요하면 연구인력도 보강하라"며 정책기획관실 주도로 경발연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매주 월요일회의 때 분야별 핵심 정책과제들을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한 권한대행의 이러한 발언은 경발연 조직 재편 의지로 읽힌다. 경발연은 도와 18개 시·군이 출연한 공공정책연구기관이지만,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은 곳이다. 현재 유성옥 원장도 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 2016년 8월 취임한 유 원장은 홍준표 전 지사의 고려대 동문으로, 국가정보원을 거쳐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냈다. 안보분야 전문가를 직접 관련도 없는 지역정책 개발 연구기관의 수장으로 앉혀 취임 초기 전문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홍 전 지사는 2014년 말 연구원 인력을 절반 이상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했다. 당시 박사급 연구직은 23명 중 12명(52%)을 구조조정하고, 전문연구원도 11명을 줄였다. '일 중심의 조직으로 만들겠다'며 인적쇄신을 강조했지만 당시 산하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홍 전 지사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채무제로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경발연은 구조조정 이후 인력을 조금씩 충원해 현재 박사급 연구직이 15명이다. 이는 창원시정연구원 13명과 비슷한 수준으로 340만 도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기관 인력으로는 적지 않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경발연은 이달 중 4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어서 모두 19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경발연 관계자는 "아무래도 인력이 부족하면 연구실적에 한계가 있지 않겠냐"며 "도에서는 새로운 환경 변화에 따른 정책과제가 미흡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발연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연구인력 보강과 함께 지역발전을 위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부회의에는 한 권한대행 지시로 국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법제처에서 파견근무 중인 경남도 협력관 및 자문관 4명이 참석했다. 중앙부처 공무원의 지방 파견제도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간부회의에 참석한 것이다. 앞으로도 매주 간부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도는 해당분야 전문성을 경남도에 접목하고 파견기관과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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