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복귀 후 다시 직면한 불행 요소들
정치권, 국민 피로하지 않게 노력해야

올 추석은 최장 10일의 역대급 황금연휴였다. 누군가는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추석 명절의 의미를 충실히 했을 것이고, 또는 달콤하고 긴 휴가를 즐기는 치유의 시간이 됐을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병마와 씨름을 하거나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야 하는 고단한 삶의 무게를 감내해야 하는 힘든 시간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어찌 됐든 모두에게 유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됐으리라 믿는다.

역대급 황금연휴는 끝나고 현실과 일상이라는 시간의 영역대로 되돌아왔다. 황금연휴의 달콤함에서 벗어나 이제 일상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현실은 자기 앞의 생처럼 녹록하지 않은 얼굴로 찾아왔다. 연휴가 끝난 지금도 여전히 북핵 위협과 전쟁의 위험은 그대로다. 전쟁반대(NO WAR)의 목소리와 함께 전쟁을 획책하는 듯한 발언 등이 교차하면서 우리는 물론 전 세계를 전쟁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양파껍질처럼 나오는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등 지난 정부의 적폐, 그리고 여전한 사회의 온갖 부조리와 언어폭력, 어금니 아빠 사건 등 인면수심의 사건들이 여전히 뉴스로 도배되고 있다.

여전한 적폐와 부조리가 달콤했던 황금연휴를 무색게 한다. '역대급으로 쉬면 뭘 하나' 하는 푸념이 터져 나올 만도 하다. 우리 정치가,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는 더 상식적이고 안정적으로 시스템화돼야 비단 황금연휴가 아니더라도 국민은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것이다. '국민에게 행복을 주지 않는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격언이 아니더라도 국민은 행복할 권리가 있고 정부는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할 책무가 있다.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1974년 행복에 관해 '이스털린의 역습'이라는 이론을 내놓았다. 이는 소득이 일정수준을 넘어 기본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한국인의 행복도가 경제발전에 비례해 높아지지 않고 있으며 수년째 정체하고 있다고 한다.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는 한국의 행복도가 2014∼2016년 평균 5.84점으로 세계 56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행복의 개념은 주관적이어서 한마디로 잘라 행복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제안정화 외에 화목한 가정, 건강, 공동체와의 관계, 종교적 신념 등이 행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볼 때 북핵사태, 적폐 등 작금에 빚어지는 일련의 부조리가 우리의 행복을 갉아먹는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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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연휴 동안 국민들은 정치도 잊고 직장, 사회 등 공동체와도 떨어져 가족과의, 때론 나만의 치유의 시간을 보냈다. 국민들이 유사 이래 처음으로 가졌던 황금연휴의 달콤하고 행복했던 시간에 대해 이제 우리 정치가, 우리 사회가 대답을 해야 할 차례다.

이제부터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고 행복을 줄 수 있는 성숙한 정치, 그런 정치로 말미암은 상식적이고 공정한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8년 후(2025년) 다시 찾아오는 추석 황금연휴에는 연휴 끝에서도 행복과 평안한 일상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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