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 해인사가 산내암자 중 하나인 고불암 등의 소유권을 두고 한 법인과 수 년째 갈등을 겪어온 가운데 법원은 일단 법인 손을 들어줬다.

창원지법 거창지원 제1민사부(김승휘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능인이 해인사 등을 상대로 낸 소유권보존등기말소 등 청구 소송에서 해인사 측이 고불암과 무량수전의 소유권을 법인에 넘겨야 한다고 최근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능인은 해인사 측과 협약에 따라 사찰과 추모시설을 세워 납골당 분양 등 추모사업을 해 분양대금 등 수익을 배분하기로 하고 2004년과 2005년 각각 고불암과 무량수전(납골당)을 세웠다.

해당 건물은 능인이 전액 비용을 부담해 완공했다.

그러나 해인사는 당초 능인과 납골당 분양사업을 합의한 해인사 소속 승려 김모 씨와 제소전 화해(提訴前和解) 절차를 통해 해인사 명의로 고불암의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납골당 건물 소유 명의는 분양기수를 높일 목적에서 고불암으로 했다.

능인과 해인사 측 분쟁이 본격화한 건 2016년 7월 25일 해인사가 능인에게 "고불암 운영권을 박탈한다"고 통보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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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인사 전경./경남도민일보DB

그간 해인사는 능인과 김 씨 사이의 유착 관계, 그로 인해 수익 배분이 능인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돼 있는 건 아닌지 등을 의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시 해인사는 고불암 사찰관리인으로 박모 씨를 임명하고, 운영권 박탈을 통보한 날부터 능인을 배제한 채 박 씨가 고불암과 무량수전을 점유토록 했다.

해인사 조처에 반발한 능인은 그 해 11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고불암과 무량수전에 대한 소유권이 능인에게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불암 건물 소유권은 노력과 재료를 들여 건물을 건축한 능인"이라며 "해인사 명의로 마친 소유권보존등기는 모두 원인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해인사는 김 씨와 제소전 화해를 통해 고불암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하지만 제소전 화해에 앞서 능인이 김 씨에게 고불암에 관한 처분권을 부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해인사가 김 씨와 제소전 화해를 거쳐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고 하더라도 이는 처분권 없는 자와의 약정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납골당 건물에 대해서도 "능인은 납골당 분양사업 동업약정시 분양기수를 높이기 위해 건물 소유 명의만 고불암 앞으로 신탁했고, 그에 고불암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완료됐다"며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무효여서 소유권보존등기 역시 원인무효"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밖에 박 씨가 사찰관리인으로 임명된 뒤인 지난해 8월 1∼5일 고불암 명의 계좌에서 1억8천600만원을 인출해 납골당 분양사업과 무관한 용도 등으로 쓴 데 대해서는 "동업자인 능인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라 무단 인출한 돈에 상당하는 액수를 고불암이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해인사 측은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다.

/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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