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1996년 3만 4139㎡ 매입했으나 건립 포기
용도 제한에 매각도 쉽지 않아 '골칫거리'전락

'김해 인제대 백병원 예정 터'가 방치된 지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이곳은 여전히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인제대는 지난 1996년 시에 141억 6000여만 원을 주고 김해시 삼계동 1518번지 토지 3만 4139㎡(1만 327평)를 사들였다. 백병원·의과대학·의료보건계열학과 등을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인제대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사업 난항을 겪었고, 결국 건립 포기를 결정했다.

이 터는 도시계획 용도상 '종합의료 시설용지'로 묶여 있다. 이 때문에 인제대는 용도 변경 후 터 매각을 원했지만, 시는 용도전환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이어오고 있다.

김해시 삼계동 1518번지에 자리한 '인제대 백병원 건립 예정 터'는 20년 넘게 본래 목적을 이루지 못한 가운데, 현재 운동장·주차장·텃밭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11일 인제대 관계자는 "지금 형편상 종합의료병원을 지을 상황은 안 된다. 어떻게든 매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시 관계자는 "당시 택지개발 때 의료시설 용도로 진행됐다. 타 용도로 사용하려면 도시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민 합의가 우선 있어야 한다. 용도변경 문제는 시장일지라도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인제대 측은 이래저래 답답한 상황이다. 140여억 원에 산 땅은 20년 지난 현재 공시지가 기준으로 300억 원으로 올랐다. 인제대는 '땅장사'라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 이자만 100억 원가량 들어갔다.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도 55억 원 가까이 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 관계자도 "대학 측에서 이 땅으로 다른 목적을 취하려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인제대는 한편으로 교육부 눈치도 보고 있다. 터 활용 방안을 내놓거나 매각 처리하라는 감사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입학 정원 축소 등과 같은 불이익 처분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인제대는 형식적일지라도 수년 전부터 터 공개매각 절차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도 전자입찰에 들어가 13일 개찰 예정이다. 최저 매각 대금은 302억 6475만 5400원이다. '종합의료 시설용지'라는 제한 속에서도 문의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인제대 관계자는 "용도 변경을 해야 처분이 용이하지만, 현재로서는 의료기관으로 한정해서 접촉할 수밖에 없다"며 "평당 300만 원 수준이라 가격 자체는 매우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서울 등 전국에서 관심 보이는 곳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의료기관이 전체 1만 평은 너무 커서 절반 정도만 활용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분할 매각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허성곤 김해시장은 지난해 4월 재선거에서 '대학병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선 이후 '대학병원 유치전담 TF'를 발족했다. 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곳 터에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등을 유치하고자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견해만 전했다.

일대 주민도 속앓이를 이어가고 있다. 주민은 "주변 택지 분양 당시 백병원 건립만 믿고 대출받아서 주택을 샀다. 그런데 병원 건립이 이뤄지지 않아 경매 위기에 나앉은 사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역사회는 그동안 '창원지법 김해지원 유치' '도립 김해의료원 활용' 등의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별다른 상황 변화없이, 터는 20년 넘게 방치돼 오고 있다. 그나마 이 땅을 완전히 놀려두고 있지는 않다. 현재 생활체육을 위한 운동장, 주차장, 텃밭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제대가 체육단체·시 요청에 따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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