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드림 스타] (8) 거제 상문고 홍찬중 학생
초등학교 2학년 때 입문 국가대표 선발 '구슬땀'
아이들 가르치는 데도 열중 "공감하는 지도자 되고 싶다"

일본 피겨 스케이팅 아사다 마오 선수는 '비운의 2인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막강한 경쟁자인 김연아 선수와 대적한 탓도 있지만 지도자와의 잘못된 만남도 그 이유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9명을 배출한 러시아 타티아나 타라소바를 전담 코치로 영입했지만 지도 방식과 안무 선정 등이 맞지 않았다는 평이 많았다.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연기가 잘 어울리는 마오에게 러시아 취향이 강한 장중하고 엄숙한 느낌을 강조하는 타라소바 지도가 잘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반대로 좋은 지도자를 만나면 인생 목표가 뚜렷해지기도 한다. 거제 상문고등학교 홍찬중(18) 군은 박동진(37) 태권도장 관장을 만나 중학교 때부터 명확한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한 태권도는 이제 인생 목표가 됐다. 국가대표를 넘어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찬중 군은 "내가 배운 대로 누군가 위에 있는 지도자가 아닌 앞에서 눈 맞추고 공감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홍찬중 군이 돌려차기를 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일기장에 빼곡한 태권도 사랑 = 찬중 군은 일기장에 온통 태권도 이야기만 쓸 만큼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10년이란 시간이 흘러 태권도 사랑은 배가 됐다. 태권도의 매력이 뭐기에.

찬중 군은 "태권도 겨루기는 제가 노력한 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줘요. 그 노력이 전혀 힘들지 않고요"라며 활짝 웃어 보인다.

평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태권도장에서 활동하는 찬중 군은 그 시간도 모자라 지난해에는 학교 태권도 동아리를 결성했다. 1·2학년 학생 15명으로 구성된 SMT(상문 태권도 영어 약자) 동아리에서 찬중 군은 후배와 친구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2학년이 되면서 사정이 생겨 동아리 활동이 중단됐지만 태권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찬중 군은 초등학교 5·6학년 때 방황도 했다. 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태권도다.

박 관장은 "찬중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할머니가 찾아와 '관장님 이야기는 아주 잘 들으니 아이 방황을 좀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 시기 찬중이가 태권도에 모든 걸 쏟았다. 이후 실력이 일취월장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태권도대회 거제시 대표를 지금까지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홍찬중 군이 태권도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찬중 군은 거제 대표는 물론 2014·2016·2017년 거제시장기·거제협회장기 태권도대회 1등(2015년 각 2·3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빠른 스텝으로 키 차이 극복 = 찬중 군은 또래보다 다소 작은 키가 태권도 겨루기 선수로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빠른 스텝으로 극복하고 있다. 찬중 군은 빠른 발로 상대 공격을 피했다가 허점을 노리고 득점에 성공하며 점수 차를 크게 벌려 콜드 게임으로 우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찬중 군이 가장 인상 깊게 생각하는 경기 역시 콜드 게임으로 승리했다.

"지난해 경상남도지사기 태권도대회 결승전에서 만난 상대 선수는 저보다 머리가 하나 더 있을 만큼 키가 컸어요. 상대 키가 크다고 압박감을 느끼진 않아요. 11 대 1로 제가 압도적으로 주도하는 경기가 되자 상대편 코치가 콜드게임을 선언하는데 기분이 정말 짜릿했어요."

박 관장은 찬중 군 재능과 함께 부지런함과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박 관장은 "체격 조건이나 운동신경으로 보자면 다섯 손가락 중 두 번째로 꼽힐 정도다. 하지만 노력으로 조건이 좋은 선수와 실력 차이를 벌린 경우다. 찬중이가 처음 시작해 눈에 띄지 않을 때 항상 1등을 도맡아 하던 형을 지금은 찬중이가 압도하고 있다. 정말 노력하고 즐기는 친구"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교범하며 지도자 이력 차곡차곡 = 찬중 군의 또 다른 이력은 '태권도장 교범'이라는 타이틀이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학교 수업 후 태권도장에서 관장·사범의 지도 보조를 하고 있다.

찬중 군은 "형제가 없다 보니 형, 누나, 동생이든 누구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을 좋아하고 자세 교정 등 지도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무엇보다 관장은 태권도라는 기술만 지도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매력적이에요"라며 지도자로서 준비된(?) 발언을 이어갔다.

찬중 군이 박 관장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잘하고 있다"는 말이다. 박 관장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찬중 군 대회 참가비를 대신 내주면서도 격려와 애정을 아끼지 않고 있다. 찬중 군은 박 관장을 본보기 삼아 태권도학과에 진학해 지도자의 길을 가고자 한다.

박 관장은 "교범으로서 찬중이를 4년간 지켜보니 아이들을 이끄는 능력이 분명히 있다. 때론 아이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범도 있는데, 찬중이는 이들보다 더 잘 지도한다. 거기다 겨루기팀 연습을 맡겨도 될 실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칭찬했다.

경기장에서는 카리스마를, 아이들 앞에서는 따뜻함을 두루 지닌 찬중 군의 '청출어람 인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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