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회견서 정체성 강조
항구 훼손·관광자원화 우려도 시 "충분히 대화하겠다"밝혀

"현재 설계대로 하는 강구안 정비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 통영 역사와 정체성, 시민 의견 수렴에 의한 개발계획을 제시하라."

통영시 강구안 개발계획에 대해 시민단체 통로(통영에서 길을 찾다)가 18일 오전 11시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지적했다. 이 단체는 통영지역 청년 20명 정도가 모여 지난 4월 만들었다.

이 단체는 최근 통영시민사회단체가 한 강구안 개발 찬반 온라인 설문조사에 대해 "기자회견과 설문조사는 별개"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강구안은 통영 문화 정체성을 담은 역사적 공간"이라며 "강구안은 삼도수군통제영 군사항이자 남해안 항로의 경유 여객항이고 풍부한 수자원을 유통하는 중심 어항"이라고 강조했다.

강구안은 충무김밥 판매장이 늘어서 있고 거북선과 판옥선이 배치된 통영시 중앙동 부둣가를 말한다. 이곳은 인근에 동피랑과 서피랑, 활어로 유명한 중앙시장,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는 옛 도심으로 관광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곳이다.

통영시민단체 통로가 강구안 개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허동정 기자

단체는 "올해 착공하는 강구안 친수시설사업은 단순한 노후 항구 정비 사업이 아니라 통영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사업이기에 시민들의 의견과 바람을 담아 나가야 한다. 경남도가 제시한 강구안 친수시설사업 세부 추진계획 보고 내용에 이런 당연한 바람이 담겨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친수공간 조성이 선박 정박을 제한하는 점, 시민이 아닌 관광객 위주의 개발인 점 등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또 차량 정체에 대한 대책 필요성도 지적했다.

단체는 "친수시설 사업으로 통영 대표 항구가 훼손되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 어디에나 산책로와 분수광장이 매력적인 관광 자원이 될 수는 없다. 통영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항구 기능을 계승한 친수시설 사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기관과 몇몇 관료, 정치인들에 의해 결정된 개발사업 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사 설종국 씨는 "강구안은 피항과 수송기능, 중앙시장에 활어를 공급하는 기능을 하는 다목적항이다. 정확한 개발 설계를 오픈하고 역사전문가와 토목, 건축 전문가, 시민들과 논의해야 한다. 강구안 입구에 다리가 만들어지는데 배 운항이 제한될 수 있다. 이렇게 멋 없는 다리 대신 배가 오고나가면서 개폐가 가능한 다리라든지,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오르고 내리고 하는 다리를 생각할 수도 있다. 고정식 다리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소통의 장이 마련되면 충분히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구안 개발에 대한 최근 통영시민단체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통영시민 등은 사업 찬성 24.5%(297명), 반대 74.8%(906명)로 답해 개발 반대가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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