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과밀학급 해소·신설 소규모학교 통폐합과 연계 '학습권 보장-피해 전가'충돌
지역성 배제·위화감 문제도

농촌지역 작은 학교들이 사라지고 있다.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이 도입된 1982년부터 문을 닫은 경남지역 학교 수는 2017년 3월 기준 총 555개다. 교육부가 '학교 총량제'를 잣대로 학교 신설요구안을 검토하고 있고, '적정규모화' 정책으로 신도시 과밀학급 해소 등 신설 학교 개교를 위해 작은 학교들이 폐교 대상이 된다.

폐교를 원하지 않는 작은 학교 학부모들은 "교육을 경제논리로만 보는 천박한 생각"이라고 비판하고, 교육당국은 "적정규모화는 학생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논리"라고 맞서고 있다.

지역 내 신구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진 진주 대곡중학교 혁신도시 이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곡중학교 이전을 반대하는 대곡초 학부모회는 "작은 학교 하나를 죽이면 큰 학교를 지어 준다며 교육부는 도시개발에 따른 신설 수요를 소규모학교 통폐합과 연계하고 있다. 이는 지역성은 배제한 채 지역 간 위화감 조성, 교육 소외지역 학생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올해 3월 교육부 정기 중앙투자심사에서 모두 6곳 학교 신설 심의를 받았다. 이 가운데 2곳이 신설 승인을 받았다. 단, 적정규모화(통폐합) 추진과 이전 재배치를 전제한 조건부 승인이었다. 일명 '학교 총량제'를 염두에 둔 심사 결과라는 지적이다.

학교총량제는 정책 이름이 아니다. 학교 신설 여부를 결정하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요구 학교를 신설하려면 지역 내 총 학교 수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전제를 다는 탓에 명칭이 붙은 것이다. 학교 신설 전제 조건으로 통폐합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지역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학교지원과는 "실제 교육부는 신설학교 승인·재검토·불승인 사유로 '인근학교 분산 재배치', '인근학교 적정규모화'라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교육부 방침에 일부 공감하며 적정규모화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저출산이 가속화하면서 양질의 교육을 염두에 둬서 소규모 학교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소통·협업을 강조하는 현 교육은 적정규모 학생 수를 확보해야 가능하다. 도교육청은 공모 교장 학교, 도서벽지, 행복학교 등은 예외로 두고 기본적으로 교육부 방침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계획을 보면 통폐합 기준은 면·도서벽지는 학생 수 60명(초·중·고교) 이하, 읍 지역은 120명(초교)~180명(중·고교) 이하, 도시지역은 240명(초교)~300명(중·고교) 이하다. 분교장 개편은 교직원 수가 학생 수보다 많거나 학생수 20명 이하 학교가 해당한다.

하지만, 구암중-구암여중 통폐합 사례와 같이 학생 수와 관계없이 해당 학부모가 원할 때도 가능하다. 의결 조건은 학부모 6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러한 물리적 잣대만 대면 2017년 현재, 도내 적정규모화 대상 학교는 65곳이나 해당한다. 도교육청은 올해 7곳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여러 건이 지역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1982년 이후 학교가 555개 줄고 올해 또 7개 학교가 줄 예상이지만 경남지역 학교 수는 늘고 있다. 2007년 1633개교(유치원·초·중·고교·분교 포함)에서 2017년 현재 1669개로 늘었다.

학교 통폐합 속도보다 도시 신설학교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지역민들은 "과밀학급을 해소해달라"며 학교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 통폐합을 반대하는 한 학부모는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고민도 없이 농촌은 점점 말라가고 도시만 살찌우는 교육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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