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이후 관공서 주변 식당과 꽃집 등의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고, 한식, 일식 등 고급식당 매출은 거의 반 토막 났다고 한다.

따라서 청탁금지법시행령 제17조를 개정하여 사교와 의례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식사·화환·경조사비의 가액을 상향조정 하고, 농축수산물과 전통주를 청탁금지법에서 제외하자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청탁금지법 제2조는 이 법을 적용받는 공공기관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5조 제1항은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공직자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탁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인가·허가·면허 허가의 취소, 조세, 부담금, 과태료, 채용·승진·전보, 각종 심의, 의결, 각종 수상, 포상, 입찰, 경매, 과세, 계약, 보조금, 장려금, 재화, 용역, 각급 학교의 입학·수행평가, 병역판정검사, 부대 배속, 공공기관이 하는 각종 평가, 행정지도, 단속, 감사, 사건 수사, 재판, 심판 등의 85가지 업무를 15개 항목에 걸쳐 열거했다.

공직자에게 법령을 위반하여 업무를 청탁한 사람은 청탁금지법 제23조 1항에 따라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고, 위반한 공직자는 같은 법 제21조에 따라 징계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청탁금지법 제5조 제1항에도 △공개적으로 공직자에게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거나 △선출직 공직자, 정당 등이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청탁금지법 규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한, 청탁금지법 제7조 제1항은 부정한 청탁을 받았을 때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같은 법 제2항에서는 거절해도 같은 청탁을 다시 받았을 때 소속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청탁금지법은 누구든지 공직자에게 불법청탁을 금지하고 있지만, 불법청탁이라 해도 공개적으로 하거나, 선출직 공직자 등이 3자의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을 1년간 시행해본 결과 대체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식사·선물·경조사비의 가액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지난 대선 때 개정하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그러나 청탁 목적이 아니라면 공직자에게 지나친 접대를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필자는 청탁금지법을 개정하여 식사·선물 등의 가액을 인상하자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법령을 개정하면서까지 왜 공직자에게 많은 선물을 해야 하고, 공직자에게 선물을 많이 해야 농축수산물 소비가 늘어난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공직자에게 불법청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공직자를 헷갈리게 하는 식사·화환·경조사비(법 시행령 17조)에 대해 국민권익위는 직무관련성이 없는 경우는 물론,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해도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한 경우, 3만·5만·10만 원 이하는 허용된다고 민원회신한 바 있다.(2017. 2. 20. 청탁금지제도과-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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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청탁금지법 입법취지나 주무기관의 법령해석을 유추해 볼 때, 직무관련성이 없다면 청탁금지법이 정한 가액한도 내에서 친한 사람들과 식사하고, 승진·전보 시에 화환을 보내고, 경조사 때 부조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공직자는 무조건 식사대접과 선물을 받을 수 없고, 마치 모든 사람과 인간관계를 끊고 살아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법령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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