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맥주축제 겹쳐 남해 교통체증 심각
축제장·순국공원 약자 배려 시스템 부족

사상 최대로 긴 추석 연휴와 겹친 남해맥주축제에 가 볼 생각을 한 게 잘못이었다. 풍광 좋은 독일마을에서 수제 맥주를 마시며 추석 음식 장만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심산이었다. 하지만 명절 연휴에 남해에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게 착오였다.

목적지를 남해로 찍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가니 멀리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는 차량들이 거북이걸음이었다. 숙박 장소인 앵강다숲마을까지는 40분 거리였으나 도착하는 데 3시간 넘게 걸렸다. 지족삼거리까지 가는 동안 우회도로가 어디인지 안내판도 보지 못했고, 라디오 교통 정보에도 다뤄지지 않았다. 하도 답답해서 '티맵' 내비게이션을 켜니 우회도로를 안내해줘서 겨우 숨통이 틔었다. 지족삼거리 주유소 주인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차가 많이 밀리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창선삼천포대교 들어설 때부터 우회도로 안내판을 세워두거나 전광판을 만들어 안내해주면 좋겠다. 내년 6월 남해군 설천면과 하동군 금남면을 잇는 제2남해대교가 개통되면 교통 체증이 좀 나아질 수 있을까.

다음 날, 비가 왔지만 남해맥주축제장에 가보기로 했다. 궂은 날씨에도 축제 관람 인파가 굉장했다. 차를 길거리에 세우고 걸어 올라가는 이들이 많았다. 우리 가족은 80대 노모가 계셔서 차를 타고 축제장에 올라갈 수 있을지 물었고, 행사 안내자는 올라가라고 했다. 오르막 정상에 있는 축제장까지 차를 타고 가는 길은 험난하고 미안했다. 모두 찻길을 걸어서 가고 있으니 계속 클랙슨(경적)을 울려야만 하는 상황이라 우리는 축제장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채 내리고야 말았다. 셔틀버스는 독일마을 입구까지만 운행했다. 셔틀버스나 미니 기차 같은 교통 수단을 축제장 앞까지 운행하면 노인, 장애인,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들도 즐겁게 축제를 즐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우리는 결국 축제장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고 카페에서 맥주 한 잔 마시고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돌아오는 날엔 창선삼천포대교가 아닌 남해대교로 빠져나왔다. 남해경찰서 교통계에 문의해 밀리지 않는 길을 골랐다. 남해대교 근처에 지난 4월 개장한 이순신 순국공원이 보였다. '차별화된 역사공원', '이순신 영상관의 새로운 영상 콘텐츠 <불멸의 바다, 노량>', '총사업비 280억 원 투입' 등 홍보 수식어구가 많아 들러보기로 했다. 이순신 장군이 순국한 노량해전 현장인 관음포만은 멋졌다. <불멸의 바다, 노량>은 기대에 못 미쳤다. 영상관 시설 투자보다 콘텐츠 수준을 높이는 투자가 아쉬웠다. 또 모든 건물로 이동할 때 노약자들은 걸어다니기가 애매한 거리여서 카페테리아 등 전망 좋은 곳은 대부분 차로 움직여야 했다. 공원 터는 넓은데, 걷기 힘든 관람객을 위한 배려가 부족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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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언제나 평화롭고 마음에 위안을 주는 곳이었던 남해가 추석 연휴 여행 이후 퇴색했다. 노인, 장애인, 영유아 동반 가족도 축제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같다. 좀더 배려 있는, 세심한 관광 시스템을 갖췄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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