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인품 동시에 갖춰" 동호회 '파랑새'후원 가을 울릴 공연으로
독일서 갈고닦은 기량 지역 솔로 활동의 '의무'함께 어울려 '선물'선사

서른한 살의 정가숙은 과묵하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가만한 바이올린과 닮았다. 바이올린은 활을 켜지 않으면 말이 없다.

정가숙이 바이올린을 쥐면 비로소 둘은 무거운 입을 여는데, 대화가 자못 매력 있다.

정가숙이 독일에서 연주한 외젠 이자이 '바이올린 솔로 소나타 4번'을 우연히 영상으로 만났다.

넘치지 않고 담담하나, 애절한 감정이 뚜렷한 해석이었다. 이자이가 들었다면 반기지 않았을까.

창원에서 나고 자란 정가숙은 네 살 때 어머니가 사탕 상자로 만든 바이올린을 켰다. 이듬해 '진짜'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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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창원 공연을 앞둔 바이올리니스트 정가숙. /박일호 기자

부산예고를 나와서는 곧바로 독일로 향했다. 20대의 시간은 모조리 독일에서 홀로 보냈다.

세 명의 스승(Susanne Rabenschlag, Alexander Krmarov, Vassili Voronin)은 엄격했고, 바쁜 생활에 쫓겨 외로울 여유는 없었다.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에서 오케스트라 솔리스트 디플롬 과정을 밟았다. 독일 루빈슈타인 뒤셀도르프 음대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지난해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귀향했다. 지난 5월 19일 귀국 독주회를 무사히 치렀다.

오는 11월 3일 또 한 번의 독주회를 예고했다. 이날 오후 7시 30분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다.

'클라우드 펀딩 유료 공연'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비영리단체 '파랑새'가 후원을 자청해서다.

이들은 올해 지역 청년 연주자 한 명을 뽑아 후원을 계획했다.

아날로그 오디오 동호인들이기에 듣는 귀가 날카롭다. 정가숙의 실력은 합격점이었다. 그러나 하나같이 실력보다 인품을 높게 쳤다.

정가숙은 귀국 후 창원 시티세븐 43층 문화공간 '파랑새'에서 두 번의 공연을 치렀다.

짧은 순간에도 정성을 다했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공간을 내어줘 고맙다고 재차 인사를 했다. 파랑새 회원들은 예의 바른 모습에 사로잡혔다.

정가숙은 후원이라는 뜻밖의 제안에 얼떨떨했지만 곧바로 책임감으로 무장했다.

베토벤 '로망스 F장조 Op.50', 아렌스키 '피아노 삼중주 No.1 Op.32 d단조', 슈만 '3개의 로망스 Op.94', 비탈리 '샤콘느 g단조'를 피아니스트 김해리, 첼리스트 김지선과 함께 분주히 준비하고 있다.

▲ 11월 창원 공연을 앞둔 바이올리니스트 정가숙. /박일호 기자

후원은 앨범 제작을 포함한다. 사실 공연 전 녹음 작업을 마치고 관객에게 앨범을 나눠줄 계획이었다. 정가숙은 욕심을 부렸다. 공연 실황을 앨범에 담아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다. 앨범은 공연이 끝나면 풍부하게 채워 나올 예정이다.

지역에서 연주자로 솔로 활동을 이어가는 일은 어렵다. 정가숙은 지난한 길을 '의무'로 여긴다. "연주자가 연주를 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한다.

정가숙은 공연을 무사히 해내는 일이 압박감으로 다가오지만, 그 감정 또한 스스로 즐긴다며 활짝 웃었다.

정가숙 11월 공연은 일반 1만 5000원, 학생 1만 원이다. 문의 055-253-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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