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첨가한 아메리카노가 원두커피를 대표하는 메뉴가 돼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많이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주변의 지인들이 이제는 제법 많은 숫자가 커피믹스보다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물론 필자도 이들에게 커피를 대접받아 아메리카노를 경험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난감한 상황에 부닥치게 됩니다. 맛을 논하기 이전에 커피에서 나는 탄 맛 때문에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머금는 순간 더 이상 커피잔에 입을 대기가 곤란한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커피를 마시지 않는 필자에게 많은 지인들이 커피 고유의 쓴맛을 즐기면서 마셔 보라고 권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들은 필자가 느끼는 커피의 탄 맛을 커피 고유의 쓴맛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고급 커피로 치부되는 드립커피의 경우에도 많은 경우 탄 맛이 나는 것입니다. 아마도 많은 독자 분들도 필자의 지인들처럼 커피의 탄 맛을 커피 고유의 쓴맛으로 인식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대로 된 깔끔한 커피를 경험해 보지 못한 인식의 부족에서 기인함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신문지면과 방송 등 여러 매체를 통해서 많은 이들이 과하게 태운 음식에서는 벤조피렌(Benzopyrene)이라는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다는 보도를 접했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고기구이를 즐기는 이들이 숯불을 이용한 석쇠 구이 보다는 프라이팬 형태의 구이판이나 고기 전용의 불판을 이용해서 고기구이를 즐기는 방향으로 많이 바뀌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인체에 유해한 논쟁의 중심에 있다면 먹는 이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과거 어느 때보다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요즘의 세태를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문제는 커피 또한 이러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의 포털 사이트에서 '탄 커피'라는 단어를 입력해서 검색해 보면,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에 대한 언급이 많이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타고난 체질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잔병치레를 한 경험이 많습니다. 특히나 비위가 약하기 때문인지 위가 탈이 난 경우가 많았습니다. 커피의 경우 탄 맛이 나는 커피를 두 모금 이상 마시게 되는 날이면 수면을 취하기 위해 자리에 누운 후 강한 위경련을 경험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부터 위가 약한 탓에 음식을 조심하게 되면서부터 친한 지인들과 동료들 사이에서 상한 음식과 문제 있는 음식을 귀신같이 가려내는 감별에 탁월 사람으로 인식이 돼 왔고, 몸에 잘 받지 않는 술과 담배를 멀리하면서부터 음식의 맛을 세밀하게 인식하는 미각적 능력도 나름 잘 유지해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체질 탓에 자주 마셔도 위에 부담이 없고, 몸에 긍정적인 반응을 주는 좋은 커피를 꾸준히 추구해 온 결과 '좋은 커피 바르게 마시기'라는 모임을 결성해 소박한 사회 운동을 추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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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하게 볶아진 커피콩(왼쪽)과 적당히 볶아진 커피콩(오른쪽). / 박순표 밀양 좋은 커피 바르게 마시기 대표

40대 이상의 기성세대라면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 동네 기름집에서 깨를 볶아 참기름을 추출하던 장면을 기억할 것입니다. 필자 역시도 어린 시절 모친의 치맛자락을 고사리손으로 꼭 쥐어 잡고 기름집 사장이 깨를 볶던 장면이 생각이 납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현실과 비교해서 30~40년 전의 경제 상황과 생활 수준을 비교해 본다면 그 당시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했었고, 깨를 볶아 추출한 참기름이 나름 고급 식자재에 속했던 과거의 상황이 이해가 갈 것입니다. 귀한 깨에서 최대한의 기름을 추출하기 위해 기름집 사장은 언제나 고객들에게 깨를 강하게 볶는 것을 권했고, 이 권유에 대해 대부분의 고객들이 동의하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유난히 음식의 맛에 민감했었고, 위생과 청결에 예민하셨던 필자의 모친의 경우, 기름집 사장에게 항상 다른 이들이 깨를 볶는 강도 보다 약하게 볶기를 요구하셨습니다. 비록 같은 양의 깨에서 다른 집들과는 비교해서 적은 양의 참기름을 얻었지만, 그 맛의 깔끔함은 보통의 참기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탁월한 맛이었던 것을 필자는 기억합니다.

커피나무에서 생산되는 커피콩(엄밀한 의미에서는 씨앗)도 참기름을 추출하는 깨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추출되는 커피의 양은 적으나, 과하게 볶지 않고 적당하게 볶아진 커피에서는 탄 맛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커피 고유의 고소하고 그윽한 향미가 잘 발현되게 되는 것입니다. 적당히 볶아진 커피는 어떤 방식으로 추출하던 탄 맛과는 구별되는 커피 고유의 그윽한 맛을 띄게 되고, 볶음의 세밀한 정도에 따라 신맛과 단맛 그리고 쓴맛을 명확히 구별되게 나타내게 됩니다. 그리고 추출된 커피의 색상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탄 맛의 포함 여부를 구별할 수도 있습니다. 과하게 볶아진 커피는 연탄을 푼 것처럼 검은색을 띄게 되지만, 적당히 볶아져서 제대로 추출된 커피는 영롱한 와인과 같은 색상을 띄게 됩니다. 한눈에 보아도 마시고 싶은 유혹이 느껴지는 고운 자태를 띄게 되는 고급 와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매력을 발산하게 되는 것입니다.

드립커피가 고급커피와 좋은 커피로 인식되어 지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한 가지가 바로 위의 색상 구분이 명확함에도 기인함이 크다고 할 것입니다. 오랜 기간 드립커피를 즐겨온 필자의 경우 커피를 분쇄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향만으로도 탄 커피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고, 물을 부어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아로마 만으로도 탄 커피를 구분하는 것 또한 가능하며, 추출된 결과물인 커피 원액의 색상만으로도 탄 커피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타지 않고 제대로 적당히 볶아진 커피를 마시게 되면 하루에 여러 잔 마셔도 위에 전혀 부담이 없다는 것을 지면을 통해 독자 분들에게 꼭 얘기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커피를 마셨는데, 위에 부담이 가고 속이 편치 않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 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커피를 마신 후에 속이 아픈 것이, 커피 자체의 특성이 아니라 과하게 잘못 볶아진 커피의 한계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를 말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마시는 커피는 기호식품인 음료인 동시에 사람의 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음식인 관계로 경남도민일보와 피플파워를 아껴 주시는 독자 분들이라면 강하게 볶아진 탄 커피의 위험성에 대해서 한 번 정도는 심각하게 고민해 보시고, 건강한 커피 생활을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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