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혁신, 눈이 반짝인다] (1) 창원 안청초등학교
과목 전담교사 2명·담임교사 1명 수업 연구 협업
문제 중심·수업 후 바로 평가…학생·학부모 호평

'학교 수업이 과연 학생들 삶에 도움이 될까?' '수업을 어떻게 재밌게 하지?' 교사는 끊임없이 묻고 고민하고 시도하고 넘어지기도 한다. 이제는 '행복학교(혁신학교)'가 아니어도 수업을 연구하고 재구성하는 교사들 연구 활동이 활발하다. '좋은 수업'이란 정답은 없다. 네모난 집을 그리려 자를 대고 선을 긋다 한 번의 흐트러짐이 다이아몬드 모양의 보석 같은 집을 만드는 틀이 되기도 한다.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교사로부터 시작된 수업 혁신은 아이들을 반짝이게 한다. 4회에 걸쳐 수업 고민 현장을 담아본다.

 

안청초교 권성훈(38·과학 전담)·권동균(35·담임)·김순님(33·영어 전담) 교사는 지난 3월 '자기 주도적 문제 중심 수업(BLOSSOM 수업)과 평가 일체화로 배움이 행복한 교실 만들기' 수업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 23일 창원 안청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영어 연구 수업 모습. 이날 학생들이 화이트 보드에 토의를 통해 정한 영어 동사와 목적어를 붙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연구는 '지식 전달' 중심 수업을 '삶 실천·나눔' 중심 수업으로 바꿔나가고 싶고, 수업-평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수업 연구 제목에 세 교사가 추구하는 모든 것을 담았다.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실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연구가 마무리되어가는 현재, 아이들을 움직였다. 실제 교실을 왔다갔다 엉덩이를 수시로 의자에서 뗀다. '배움, 그 자체로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응답한 학생이 3월 35%에서 10월 현재 82%다.

◇'자기 주도적' = 6학년 영어 수업은 교과서가 따로 없다. 교과 과정을 따르되 다른 과목과 연계해 수업을 재구성했다. 6학년 2학기 주제는 환경이다. 지난 23일 찾은 영어 수업 시간에는 환경을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을 학생들이 스스로 찾고, 표현을 문장으로 쓸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했다.

'How can I save the earth?'란 질문에 김순님 교사는 'You have to~'까지 문장을 제시하고 동사와 목적어를 학생이 주도적으로 탐색하고 제시한다. recycle(재활용하다), clean(깨끗이 하기), keep(유지하다), bike(자전거), bus(버스), cup(컵) 등 집단 지성(?)이 발휘된다. 학생들은 동사와 목적어를 결합해 자신이 실천할 방법을 탐색한다.

아이들이 영어 연구 수업 중 토의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문제 중심 수업' = 단어를 탐색한 후 '우리가 지켜야 할 환경은 어떠한 것이 있냐'는 교사 질문과 대답을 통해 모둠 수에 맞는 6가지 대주제를 정한다. animals(동물), energy(에너지), air(공기), plants(식물), water(물), land(땅) 중 자신이 원하는 주제 모둠으로 자리를 이동할 수 있다. 토의를 통해 학생들은 저마다 실천 방법을 하나씩 적어 칠판에 붙인다. 학습 활동을 공유해 사고를 확장하는 시간이다.

◇'평가 일체화' = 영어 교사는 한 학생당 두 개의 배지를 나눠주고 제시한 동사+목적어를 붙여 완전한 규칙 문장을 적도록 했다. 이는 곧 수행평가가 된다. 수업 후 중간고사, 기말고사 형태가 아닌 그날 수업 내용 이해와 달성도를 바로 평가하는 것이다. 영어로 환경 규칙을 적은 알록달록한 배지 하나는 학생 가방이나 옷에 달아 수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배움을 실천 가능하게 하는 미션이다. 나머지 하나는 가족이나 선·후배에게 나눠줘 인성, 나눔, 공유로 개념이 확대된다.

김순님 교사는 "6학년은 문장이나 짧은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배지 만들기 미션까지 수업 중간 진단·수행 평가가 모두 마무리됐다. 배지에 동사만 적은 학생 2명은 다음 시간 따로 피드백 시간이 있을 것"이라며 수업 과정을 설명했다.

환경 문제를 삶과 연결하고 실제 문제 상황을 통해 문제해결 방법을 알아보고자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 재구성한 40분 수업이 끝났다. 이후 연구 수업을 참관한 교사들의 평가가 이어졌다.

◇'배움이 행복한 교실' = 그동안 담임교사 간 협업 수업은 많았지만 안청초교 사례처럼 전담 교사 2명과 담임교사 1명이 협업한 것은 드문 사례다.

권성훈 교사는 "전담 교사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한계로 느껴지던 부분이 지금은 강점이 됐다. 담임은 한 반만 변화를 유도할 수 있지만 전담 교사가 주도하다 보니 전 학년으로 수업 연구 과정을 확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전 같으면 영어 교과서를 중심으로 읽고, 외우고, 쓰기를 반복하다 교과서 범위 안에서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점수를 매기면 끝이 나는 수업이었다.

권 교사는 "BLOSSOM 수업이 아이들에게 친숙한 방식이 아니다 보니 학생들에게 수업 주도권을 줬을 때 못 받아들이는 학생도 많았다. 1학기에는 진로를 주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탐구하고 수업에 임할 수 있도록 일부 접목했다면 2학기는 연구한 수업 틀을 그대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 수업 연구를 함께하는 (왼쪽부터) 권성훈 권동균 김순님 창원 안청초교 교사.
▲ 수업 연구를 함께하는 (왼쪽부터) 권성훈 권동균 김순님 창원 안청초교 교사.

수업 혁신 실험은 2학기 마지막 단계에 이르고 있다. 어떻게 평가받고 있을까?

6학년 1반 김모 양은 "1학기에 다양한 직업 세계를 배움과 동시에 장래 희망을 정할 수 있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수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6학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스스로 공부할 자신감이 생겼다"는 학생은 3월 41%에서 10월 78%로 늘었다. "제시된 문제가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는 질문에는 72%(3월 28%)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공부한 내용이 바르게 평가된다"는 질문에는 10명 중 9명에 해당하는 87%(3월 37%)가 '매우 그렇다·그렇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학부모 역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현실 감각과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바로 평가하는 평가 일체화에서 신뢰를 보였다.

"교과서에 학습 주제를 제한시키지 않고 실생활 문제를 학생들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확인하는 순간 보람을 느낀다"는 김순님 교사는 학력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실천과 나눔이 학교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재차 확인했다.

권동균 교사는 "등수나 점수로 평가하지 않아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학생들 스스로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아진 것은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올 때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연구에 더 많은 교사가 동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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