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
알코올, 장기기억 전환 억제
'필름 끊긴다'기억장애 유발
중독, 통제 능력 상실한 상태
내성·금단·집착·강박 '특징'
배우자·자녀 심리에도 악영향
비타민 투여·자조모임 등 도움

2017년 달력도 이제 단 2장 남았다. 연말을 앞두고 슬슬 송년회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색 송년회가 많아졌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송년회'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술.

한마음창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민수 교수의 도움말로 알코올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알코올과 뇌 건강

알코올은 간뿐 아니라 뇌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술을 마시면 뇌 영역 중 감각을 담당하는 마루엽에 영향을 줘 감각을 무뎌지게 하고, 판단 등 논리적인 생각을 하는 전두엽에 작용해 생각도 논리적으로 되지 않고 말도 많아지고 사소한 일도 참지 못한다. 언어중추가 마비되면 혀가 꼬부라지고 단어도 잘 생각이 안 난다. 뇌 깊숙한 곳의 원시적인 신경이 취약해지므로 성욕을 참기 어렵고 여러 가지 감정 기복도 생긴다. 평형을 담당하는 소뇌도 영향을 받아 비틀비틀 걷게 되고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도 약해진다. 호흡을 담당하는 중추도 약해져 술을 많이 마시면 호흡 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

술로 인한 여러 가지 장애 중 가장 흔한 것이 알코올성 기억장애, 그중에서도 흔히 "필름이 끊긴다"고 말하는 '알코올 블랙아웃'이다. 이는 술을 너무 급하게 많이 마시면 생길 수 있다.

정 교수는 "기억이 되는 과정을 보면, 어떠한 자극이 있을 때 그것이 감각으로 뇌에 들어와서 입력 된다. 이것이 단기기억으로 저장돼 있다가 다음날이 돼도 기억을 하려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 과정을 알코올이 억제한다. 그래서 전날 있었던 일이 다음날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뇌 조직 중 해마가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는 부분인데 술이 이 부분을 약하게 한다. 그러면 블랙아웃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아웃을 피하려면 술을 천천히 마셔야 하며, 소량의 알코올 섭취에도 블랙아웃을 경험한다면 술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

알코올성 기억장애의 하나로 건망증이 생길 수도 있다.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이라고 한다. 만성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하는 사람에게서 비타민 흡수가 되지 않아 생긴다.

정 교수는 "술은 비타민 흡수를 방해한다. 그리고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불균형적인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 많아 비타민 결핍이 될 수 있다. 눈이 잘 움직이지 않고 걸음도 잘 걷지 못한다. 상황 판단이 흐려지고 의식도 좀 떨어진다. 이럴 때는 빨리 병원으로 와서 비타민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시기를 놓치고 계속 술을 마시면 만성적인 코르사코프 증후군이 된다. 잊어먹고 없는 말도 만들어낸다. 만성화되면 비타민 주사를 아무리 맞아도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알코올성 치매도 술로 인한 것이다.

정 교수는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이지만, 알코올로 인해서도 20%가량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며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50~80%는 치매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지기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기타 알코올이 유발하는 질환으로 알코올성 정신 장애와 알코올성 기분장애, 알코올성 불안장애, 알코올성 성 기능 장애, 알코올성 수면장애 등이 있다.

한마음창원병원 간질환 공개강좌에서 정민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이원정 기자

◇알코올 중독

술이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제가 되지 않는 것이 바로 '알코올 중독'이라는 병이다. 정확히는 '알코올 사용 장애'라고 한다.

알코올 중독은 오랜 기간 지속적이고 과도한 음주로 술에 대한 통제 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이로 인해 심각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 문제가 유발될 수 있다.

알코올 중독의 특징은 내성, 금단, 집착, 강박적 사용이라는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내성은 반복된 음주를 통해 마시는 양이 늘어나는 경우 혹은 같은 용량의 술을 마셔도 이제는 취하거나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몸이 안 좋아 안 마셔야지' 하면서도 계속 술 생각만 나고 마시게 되는 것은 금단 때문이다.

또 술을 계속 마시기 위해 다른 활동이 줄어들고 계속 술 생각만 하는 등 집착하게 된다. 술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도 끊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계속 마신다.

정 교수는 "이 중 제일 중요한 것이 금단 현상"이라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 금단 현상은 지속적으로 마시던 술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양을 줄일 때 발생하는 생리적·심리적·행동적 반응을 말한다. 가볍게는 손이 떨리고 불안·초조하고 안정이 안 되고 땀이 나고 춥다. 심하면 경련을 하기도 한다. 망상이 생기고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하고 환각도 생긴다.

정 교수는 "이런 현상은 아주 위험하고 사망할 수도 있다. 반드시 금단 현상은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알코올 중독은 가족병

정 교수는 "술을 오래 많이 마시면 뇌가 쪼그라든다. 알코올은 뇌 세포의 세포막을 딱딱하게 한다. 말랑말랑해야 하는데 딱딱하면 파괴가 된다. 그러면 뇌 세포가 죽어 자꾸 쪼그라든다. 뇌 위축은 기억력 저하와 성격 변화뿐 아니라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자 심리는 축소와 부정, 합리화, 투사, 고립, 허무주의, 자만심 등이 있다.

정 교수는 "'나는 이 정도는 심하지 않아'라고 축소하고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아무리 교육을 해도 '나는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또 '내가 이렇게 마시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야'라고 합리화한다. 남편이 혹은 아내가, 아이들이 애를 먹이기 때문에 술을 마신다고 자신의 음주 행동 원인을 다른 사람이나 상황 탓으로 돌리는 '투사'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더 이상 만나는 사람도 없고 술 외에는 친구가 없다고 고립되고 허무감을 느끼기도 한다.

퇴원하면 얼마든지 술을 끊을 수 있다는 자만심도 알코올 중독자들은 많이 가진다.

알코올 중독에 대한 오해도 많다. 알코올 중독은 '병이 아니라 나쁜 습관일 뿐이라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엄연한 병이다. 치료를 반드시 해야 한다.

정 교수는 "알코올 중독이더라도 적당히 마시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중독인 경우는 단주를 해야 한다. 음복도 하지 말라고 한다. '한잔만 하지 뭐'라고 하는데 한잔도 안 된다. 한잔부터 바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알코올 중독은 가족병"이라고 말했다.

배우자에게 불안, 죄의식, 자기연민, 고립감, 우울, 신체증상 등을 일으킨다. 자녀도 부모의 알코올 중독 원인이 자기라고 생각하는 죄책감, 불안, 수치심, 불신, 분노, 신체증상 등을 겪을 수 있다.

알코올 중독 환자 치료는 먼저 입원해 해독치료를 한다.

금단 현상을 막고 영양 보충, 비타민 투여 등 신체적인 치료를 한다.

다음으로는 약물치료로 술 생각이 적어지는 약 처방과 우울증·불면증과 같은 동반질환 치료를 하게 된다.

정 교수는 "알코올 중독 치료는 의사 한 명으로는 할 수 없다. 심리사, 간호사 등 여러 사람이 도와야 한다. 그리고 자조모임이 있다. 술 생각이 날 때마다 서로 격려해서 마시지 말자고 하는 단체도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훈련으로 종합적으로 치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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