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 육성 워크숍서 "스타트업은 고용창출효과 제한적"

'중소벤처기업 성장생태계 육성(Scale Up) 워크숍'을 이끌고자 15일 창원을 찾은 다니엘 아이젠버그(Daniel Isenberg·사진) 미국 뱁슨대 교수는 "기업가정신을 촉진해 지역경제를 번영으로 이끌 방법을 배우는 게 이번 워크숍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창업 기업(이하 스타트업)이 더 혁신적이다', '신생 기업은 곧 성장하는 기업' 등으로 알려진 '스타트업' 명제는 현대판 신화 수준이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3일간 어떻게 기존 사업을 확대(Scale Up)하고, 지역 생태계를 조성할지 논의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 저자이자 11년간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의한 다니엘 교수는 이날 기조강연에서 최근 몇 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경제 담론에 파열구를 내며 워크숍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바로 '스타트업은 우리 미래이자 성장동력이며, 청년 일자리 창출의 핵심 대안'이라는 담론이다. 어느 누구도 토 달지 않는 이 담론에 그는 대표적인 현대판 신화라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원시 주최 중소·벤처 성장생태계 육성(Scale Up) 워크숍이 15일부터 17일까지 풀만 앰배서더 창원호텔에서 열린다.미국 뱁슨 대학의 기업가정신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BEEP*) 개발자인 다니엘 아이젠버그 교수가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그는 "물론 스타트업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 고용창출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실제 뉴욕시는 50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일자리 창출은 겨우 2000개였다"고 말했다.

또한 자영업 비중이 높을수록 국내 총생산액이 낮은 점을 강조하면서 소규모 창업 위험성도 알렸다. 더불어 '스타트업'이 많을수록 성장 기업이 많다는 말도 미국 사례를 보면 맞지 않다고 했다. 몬태나·플로리다·루이지애나 같은 주는 스타트업이 많지만 성장 기업은 적다. 매사추세츠·뉴저지·일리노이드주는 성장 기업은 많은데, 스타트업은 적다.

국가 단위로도 비슷했다. OECD 국가 내 소기업 비율을 보면 포르투갈·체코·폴란드 등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는 소기업 비율이 40%에 이르지만 소득 수준이 더 높은 미국·영국·스위스·스웨덴·독일 등은 소기업 비율이 훨씬 낮다.

'스타트업' 생산성도 지적했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에서 '스타트업'보다 실제 대기업 생산성이 더 높고 혁신 사례도 더 많다고 했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경제 상황이 안 좋고, 실업자가 많으면 창업이 는다. 경제가 좋으면 연봉이 더 높고, 안정적인 직장을 창업보다 더 선호한다"는 말로 상식을 계속 깨나갔다.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애플사와 스타벅스도 스타트업이 아니었다. 오히려 특정 시기에 기존 기업을 확장(스케일 업)한 사례다.

기업가정신에도 스케일 업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혁신이 곧 기업가정신은 아니다. 기업가정신에서 가장 유용한 정의는 기업 크기, 기업 나이(업력)와 상관없이 기업 안에서 성장이 일어나는 것이다. 가치 창조와 성장(Scale Up)이 (혁신보다) 훨씬 강력한 기업가정신"이라며 "기업가에게 돈을 더 버는 게 최종 목표는 아니더라도 이게 돼야 다음 목표로 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팀별 워크숍에서 그는 '스케일 업 지역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 내 은행가, 개인·사모펀드 투자자, 문화계·언론인, 각종 지원기관, 교육자·인적 자원(HR) 개발자, 대기업, 자치단체장과 공무원 등 정책입안자, 국회의원 같은 대중 지도자 등 각 분야 이해당사자는 이 생태계 조성에서 목표가 서로 다를 수 있다. 이들이 각자 목표를 달성해야 성공적인 스케일 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기존 산업이 발달했지만 침체를 겪는 창원 같은 중소도시는 '스케일 업' 하기 좋은 토양이다"며 "남은 기간 실제 자기 회사 지역경제를 어떻게 '스케일 업' 할 수 있을지 논의해보자"고 제안했다.

이날 오전 10시 개회식을 한 이 워크숍은 중소벤처기업부·창원시가 공동 주최하고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창원산업진흥원 등이 공동 주관해 오는 17일까지 3일간 풀만호텔에서 열린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