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시설물 학교 지진 못 버텨 "민간건물 소급 적용 강제없어"

경남지역 건축물은 지진 피해에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가 제대로 돼 있는 것일까.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이 밝힌 건축물 내진 설계 비율은 각각 22%, 26.5%에 불과하다.

경남도는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주택·공공시설물 등을 집계했고, 경남교육청은 올해 예산 확보 기준으로 학교 시설 내진 비율을 이같이 밝혔다. 경주 강진 이후 건물 안전을 확보하고자 내진 보강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경남 내진설계 약 80% 안돼 = 국토교통부는 전국 건축물 700만 동 중 내진 설계 대상이 274만 동, 이 가운데 56만 동이 내진 설계가 된 것으로 집계했다. 내진율은 20%인 셈이다.

내진 설계 대상은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2층 이상, 500㎡ 이상 건물이 대상이다. 지난 1988년 6층 이상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한 이후 그 대상을 확대해왔다. 지난해 3층 이상 500㎡ 이상 건물에서 경주 지진 이후 올해부터 2층 이상으로 적용 건물 기준을 확대했다.

경남 지역은 70만 6846동 건축물 중 19만 5912동이 내진 대상 건물에 해당한다. 19만 5912동 중 내진 확보 건축물은 22%(4만 3083동) 수준이다.

16일 포항 흥해읍에 위치한 초등학교 건물이 전날 발생한 지진으로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단독·공동 등 주택은 48만 81동 중 12만 6565동이 내진 대상이다. 내진 비율은 22.9%다. 단독 주택은 17.6%, 공동주택은 57.8%가 내진 설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이외 학교, 의료시설, 공공업무시설 등은 내진 비율이 20.2%로 나타났다. 의료시설이 48.7%로 그나마 내진 설계 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지진화산재해대책법에 따른 시·군별 공공시설물 내진율은 43.2%였다. 공공시설물에는 건축물을 포함해 도로·수도·항만 등 31종 시설이 포함된다. 하동군이 29.5%로 가장 낮았고, 거창군이 60%로 가장 높았다.

경남도청 재난대응과 관계자는 "2020년까지 공공시설물 내진설계 비율을 55%까지 올릴 계획이다.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관련 예산 170억 원을 계획했다. 시·군과 논의해 종합계획을 세우고자 한다"고 전했다.

◇학교 내진율 턱없이 낮아 = 학교는 유사시 대피 시설로 사용되기에 더 시급히 내진 설계가 필요하다.

경남교육청은 올해 예산 확보를 기준으로 내진 적용대상 건물 2732동 중 내진 설계 또는 내진 보강된 건물수가 720동으로 내진 비율이 26.5%라고 밝혔다. 앞으로 보강해 나가야 할 건축물이 73.5%나 된다.

교육청은 지난해 6개 학교에 34억 5700만 원을 편성했다가 경주 지진 후 양산단층 인근 지역인 양산·김해·밀양·창원 지역 22개 학교에 104억 1900만 원, 특별교부금 75억 2700만 원을 긴급 편성하기도 했다. 올해 내진 보강 예산으로 200억 원을 편성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교육청 시설과는 "내진 보강 사업비로 매년 2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40년 이상 된 낡은 건물 개축과 학교 통폐합을 병행하면 15년 정도에 걸쳐 모든 학교 시설의 내진 성능이 확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진보강 앞당길 수 없나 = 전문가들은 지진에 대비한 내진 설계비율을 높이고,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건물에 대한 대책도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내진 설계 대상이 확대됐지만, 소급 적용되지 않는 건물에 대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거주·임대·영업 등으로 사용되는 기존 건축물 내진 보강을 유도하고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건축물 내진 성능 등을 보강해 구조 안전의 확인서류를 제출하면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해 건폐율, 용적률, 높이 등을 높일 수 있다.

윤태호 창원대 건축학부 교수는 "필로티, 벽돌 등의 건축물은 지진에 취약하다. 건축물을 지을 때부터 지진에 강한 구조 형식으로 우선해서 지어야 한다. 또, 내진 설계지침을 잘 준수하고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가 이를 확인할 수 있게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교수는 "공공건물은 작년 경주 지진 후 단계적으로 정부 예산 확보로 내진 보강을 하고 있지만, 민간 건물은 건물주 의지가 없이는 강제할 방법이 없다. 증·개축 시 내진을 보강하면 건물을 확대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고, 건물주 인식 개선, 세제 혜택 등으로 건축물 내진율을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