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인력 감축 요구 부당" 노동자 '생존권 보장'촉구
산업은행 "고정비 축소 요구 철회 의사 없다"

옵션 계약을 포함하면 최대 11척의 선박 수주가 RG(선수금환급보증) 미발급으로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인 STX조선해양 현장 노동자와 지역 사회단체들이 RG 발급 조건으로 추가 인력 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고정비 추가 축소 요구'를 철회할 뜻이 없음을 내비쳐 RG 발급을 둘러싼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속노조 STX조선해양지회(이하 STX조선 노조)는 지난 15일 서울 산업은행 본사에서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RG 발급을 촉구했다. 지회는 이에 은행 측이 조건부로 RG 발급을 해주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STX조선 노조는 "산업은행은 추가 인력 감축, 임금 동결 등 인건비 절감, 유·무급 휴직 기간 확대, 쟁의 행위 금지, 이후 산업은행 요구를 지회가 적극 수용할 것 등을 내세우며 노조가 이에 동의하는 확약서를 작성하고 MOU를 맺으면 RG 발급을 할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이런 답변은 노동자 생존권을 위해 RG 발급을 요구하니 국책은행(산업은행)이 오히려 RG 발급을 이유로 노동자 생존권을 내놓으라는 격이자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노동자생존권보장 조선산업살리기 경남지역대책위원회가 16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RG 발급을 볼모로 한 학살적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또한 노조는 "기업 회생 절차를 거치면서 인원 감축·임금 삭감·복지 축소 등의 고통을 이미 겪었고, 사업장 전체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떠났다. 현장 조합원도 3분의 1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강제 퇴직됐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유·무급 순환휴직까지 하며 한 달 130만 원으로 사는데, 여기에 또 추가 인력 감축, 유·무급 휴직 확대 등을 약속하라는 것은 노동자에게만 고통을 강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노조는 "중형 조선소 인력 상황은 이미 한계점에 이르렀고, 수많은 고숙련 노동자들이 현장을 빠져나갔는데 수주가 재개되는 시점에 또 인력을 줄이면 선박 적기 생산에도 차질을 빚는 공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산업은행에 조건부 RG 발급 철회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16일 오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는 지역 사회단체·정당 등이 주축인 노동자생존권보장 조선산업살리기 경남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없는 RG 발급, 노동자 생존권 보장, 중형 조선소 회생 정책 조속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에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STX조선해양) 인력 구조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보고 구조조정 등으로 고정비를 줄이는 방안이 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판단이 있다. RG 발급은 금액으로만 보면 적지만 (건조)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채권단이 부담을 다 져야 한다"며 "관련해서 노조와 얘기한 것으로 아는데, (우리 제안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들었다. 하지만 고정비를 줄이지 않으면 회사 정상화가 어렵다는 판단은 바꾸기 쉽지 않다"며 조건 철회 의사가 없음을 확인시켜줬다.

이에 대해 STX조선해양 사측 관계자는 "어제(15일) 우리 노조가 산업은행 관계자와 만난 것으로 안다. RG 미발급 시 회사가 다시 엄청난 위기를 맞는 만큼 어떻게든 RG를 발급받을 수 있는 방향을 두고 노조 등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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