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으로 인한 수학능력시험 연기는 자연재난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한 임시방편이기는 하나 예상되는 문제가 한둘이 아녀서 긴장의 끈을 조금도 늦출 수가 없다. 교육부가 대입 관련 진행 일정을 영역별로 쪼개어 작성하고 학부모와 수험생 그리고 지도교사를 대상으로 이해의 폭을 넓히느라 안간힘을 쏟고 있기는 하지만 워낙 화급하게 내려진 응급조치라 우선 발등의 불부터 꺼야겠다는 조급함이 앞서 간과한 부분이 없을 수 없다.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시험지 보안과 시험장 안전관리일 것이다. 불과 시험 12시간 전에 취해진 결정이라 시험지는 이미 전국 각 지구로 보내져 보관하고 있는 상태다. 며칠만 철통경비를 하면 될 것을 일 주간을 연장 보관해야 하는 만큼 뒷감당이 여간 어렵지 않다.

경찰력이 보강됐다고는 하나 시간이 길어지면 피로감이 커져 자칫 감시망이 느슨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시험지 유출이라는 돌발적인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한 것임에는 누구나 동의하는 바다. 경찰은 인력을 충분히 배치함으로써 24시간 감시의 눈이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본이다. 수능 후의 대입 추진 일정을 조율하는 것은 그다음 중요한 후속 과제다. 당장 목전에 닥친 대학별 논술 전형도 그렇고 성적표를 대학에 통지하는 일자도 순연이 불가피하다. 연말연초 대입 학사업무도 연달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수험생은 일대 혼란을 겪게 된다. 좁아진 시간 안에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하는 책임은 오로지 교육부의 몫이다.

입시 사상 처음으로 취해진 수능일 연기는 뭐니뭐니해도 수험생들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하다. 전력을 다해 달려왔는데 종점이 달라져 맥 풀리는 기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능일에 맞춰 호흡을 조정해온 그들로서는 낭패함과 초조감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다스리다 보면 막상 시험 당일에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고3 수험생은 지금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는지 모른다. 학부모와 교사 학교가 삼위일체가 되어 그들을 단단히 붙잡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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