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강원도 원주에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과학수사의 보도와 이해'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 중 부검 장면을 직접 눈으로 봤다. 개인적으로 머릿속에 남는 생각 중 하나는 '부검 당할 일 없게 죽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경북 포항에서 지난 15일 오후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80여 명이 다쳤지만 다행스럽게도 숨진 이는 없었다. 앞서 창원터널에서는 유류통 196개를 싣고 달리던 5t 화물 트럭 폭발·화재 사고로 사상자 8명이 발생했다. 지난 7월에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천에서 급류에 휩쓸린 노동자 3명이 숨진 채 발견돼 부검을 했다. 이 밖에 매일 수많은 사람이 부검을 당하고 있다. 홀몸 어르신 등 1인 가구가 늘면서 부검도 같이 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국과수 법의관 1인당 1년간 230여 건 부검을 한다. 부검은 국과수가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들이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수사당국 판단으로 진행된다. 수사당국은 사건·사고에 따른 주검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고자 부검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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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에게 죄송한 말이지만, 부검이 끝난 후 모습은 처참했다. 배를 가르고 갈비뼈를 제거하고서 장기를 모두 들어내 정밀 조사를 위해 조직 일부를 떼어낸다. 이후 장기와 갈비뼈는 다시 넣고 실로 꿰맨다. 5m가량 떨어져서 보았지만 흰 실은 선명했다.

제각각 사정이야 있겠지만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줄 가족들 심경은 비슷할 것 같았다.

부검 제도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사건·사고에 따른 부검이 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안전한 나라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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