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산업은행 평가 결과
성동조선 존속가치 2000억 불과
STX조선 RG발급 가능 하지만, 영업이익 불투명

경남지역 중견조선소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기대했던 정부의 중견조선소 대책 발표는 더딘 상황에서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중간) 실사 결과가 기업 유지보다 청산하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두 업체 모두 국책은행이 대주주다. 성동조선해양은 한국수출입은행이, STX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이 맡고 있다.

각 국책은행이 각 사 생존 경쟁력을 회계법인에 맡겨 평가한 중간 보고서는 겉으로는 내부용이지만 정부의 중견조선소 대책 수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이런 형편이라 두 업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어떤 이유로 청산가치가 더 높게 나왔는지 알지 못해 더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더 다급해진 성동조선해양 = 성동조선해양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청산가치 7000억 원, 존속가치 2000억 원으로 당장 청산하는 게 5000억 원이 이득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라 수주에 성공한 STX조선해양과 달리 11월부터 건조 물량이 없고 건조 재개는 내년 1월에야 할 수 있다. 선가가 바닥을 친 상황이었고, 수출입은행이 RG 발급에 소극적이던 탓에 올해 수주 물량도 5척에 그쳐 STX조선보다 훨씬 적다. 이 업체는 2010년 자율협약 당시 2400명이던 정규직 직원 수가 최근 2년 새 1400여 명으로 줄었고, 지난 8월 추가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1250명까지 축소했다. 여기에 일감 부족으로 직원의 3분의 2 수준인 750명이 유급 휴직할 정도로 고통 분담이 극심하다.

2.jpg
▲ STX조선 전경./경남도민일보DB

수출입은행은 이번 실사 보고서가 나오고서 성동조선해양 추가 수주와 RG 발급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다. 이번 보고서 결과가 이 회사 임직원에게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올 8월부터 나온 STX조선해양과 통합설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통합을 해도 성동조선은 LR급 탱커(액체운반선), STX조선해양은 MR급 탱커 제작에 특화돼 있어 시너지는 적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현재로서는 정부의 중견조선소 정책 방향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STX조선, RG 발급은 받겠지만 = 지난 17일 노사확약서 제출로 수주한 선박 11척의 RG 발급을 눈앞에 뒀던 STX조선해양과 지역경제계는 이번 소식에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이다. 지역경제계 일각에서는 이번 중간 보고서가 2022년까지 기간을 한정해 의도적으로 기업 생존 경쟁력을 낮게 잡은 게 아니냐는 다소 거친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지난 7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조기 졸업 당시 법원은 2026년까지 기간을 잡아 실사를 했고, 그 결과 계속 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STX조선이 지난 7월 법정관리를 '졸업'했지만 조기 졸업에 무게를 두고 독자생존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별도 실사를 추진하다가 지난 8월 선박 폭발 사고가 터져 실사를 일시 중단했다. 다시 실사해 최근 잠정 보고서가 나왔다.

그나마 성동조선보다 현금 보유액이 더 많고, 올해 수주 선박이 최대 16척에 이르러 형편이 다소 낫다. STX조선해양은 1500억 원의 보유 현금이 있고, STX프랑스와 부동산 등 자산 매각으로 3000억 원까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산업은행이 당장 청산하려고 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이유다.

RG 발급과 관련해서도 인위적인 인력감축 요구는 철회했지만 노사 협의로 고정비 30% 축소, 임금동결, 쟁의행위 금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산은 의견 수용 등 산업은행 요구 조건 대부분을 노사가 수용한 점도 긍정적이다.

21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존 상태로 가면 영업이익이 나지 않아 계속 기업 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보고서가 있는 것은 맞다"며 잠정 보고서가 나왔음을 확인시켜줬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지만, STX조선 예금을 담보로 RG 발급한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회사 유동성에 문제를 일으키는 식으로 RG 발급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정비 축소 등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조건 아래 RG 발급은 내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해 이번 주 중 11척의 RG 발급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조선업계는 중견조선소 회생 혹은 구조조정 방향 관련 정부 정책이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12월 초에는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