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울 여론조사 결과 바른정당·민주당과 통합 부정적

국민의당발(發) 정계개편 가능성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바른정당과 연대·통합에 적극적인 안철수 대표 측과 이에 강력히 반대하며 더불어민주당에 우호적 시선을 보내는 호남 국회의원들 간 충돌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국민의당 국회의원 하나 없는 경남으로선 별 상관이 없는 일로 보일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국민의당이 쪼개지느냐 마느냐, 그 잔류 내지 이탈 세력이 어느 당과 연대·통합을 이루느냐에 경남 민심 또한 요동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24~25일 tbs와 리얼미터가 진행한 '정당 간 통합방안 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남·부산·울산 시민은 일단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바람직한 통합 방안' 질문에 전국 최저인 불과 5%만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에 지지를 보낸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부산에 바른정당 의원 2명(하태경·김세연)이 있을 뿐 경남·울산은 두 당 통틀어 전무하다. 특별한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40~50%대 고공 지지율을 기록 중인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경계심이 발동했을 수 있다. 20% 안팎 지지율로 상승세를 타는 자유한국당 지지층 역시 흔쾌할 리 없다.

흥미로운 건 민주당과 국민의당 통합도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14.6%로 대구·경북 등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한국당-바른정당 통합 선호도(22.9%)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10~1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도 마찬가지다. 민주당-국민의당 연대·통합 지지 여부를 묻자 경·부·울 응답자의 57.0%가 반대 입장을 보였고 찬성은 32.4%에 그쳤다. 전국 평균(51.0%·39.8%)과 꽤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특히 반대율은 강원·제주(57.1%)와 함께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지지층은 여권의 세 확장이 예의 불편했을 것이다. 5% 안팎 수준이지만 국민의당 지지층도 사실상 흡수 통합이 반갑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감안해도 40~50%를 넘나드는 민주당 경·부·울 지지율에 대비해 57.0%(통합 반대)·32.4%(찬성)라는 수치는 이례적이다.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 또한 국민의당과 통합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이라는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일까. 국회 의석 40석을 보유한 국민의당 의원 다수가 민주당(120석)에 결합하면 제1당 자리를 공고히 함은 물론 원내 과반(150석)까지 넘보며 국정 운영이 한층 수월해질 수 있는데 말이다.

역시 생각해볼 수 있는 요인은 영남의 '반호남 정서'다. 호남이 중심 기반인 국민의당과 민주당이 합치면 이는 사실상 2015년 12월 이전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셈이 된다.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호남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새 정당을 꾸리기 시작한 시점인 2015년 12월 말이다.

당시 이 사태는 호남 등에선 타격이 컸지만 외려 영남에는 '약'이 됐다는 분석이 있었다. 민주당의 뿌리깊은 호남 색채가 약화되면서 중도·보수층이 마음을 열 근거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민주당이 2016년 4월 총선 영남에서 무려 9석(경남 3·부산 5·대구1)을 획득하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직전 19대 국회에서 민주당 영남 국회의원은 민홍철(김해 갑) 의원과 부산의 문재인·조경태 의원 3명뿐이었다.

현재 민주당이 '의외로' 국민의당과 통합에 소극적인 배경에는 이러한 영남 민심의 향배가 일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무엇보다 경남·부산이 여야 최대 승부처가 될 공산이 큰 현실에서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용한 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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