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 방사선 치료 땐 구강 점막 미세혈관 손상·염증
입안 갈라지고 따가운 건조증도 흔해…위생 점검 필수

암 환자들은 치료 도중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 치료로 인해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두경부암 환자들은 구강에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구강 건조증은 물론 골 괴사까지 여러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경상대학교병원 치과 변준호 교수의 도움말로 '암환자와 고령자의 치아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변 교수는 지난 9일 '2017년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열린건강강좌'에서 '암환자의 치아 관리'를 주제로 강의했다.

◇두경부 방사선 치료와 구강

암과 치아 관리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구강암'과 같이 입 안에 생기는 암이다. 하지만 구강암 환자만 치아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두경부에 방사선 치료를 하면 구강 점막 미세혈관 손상으로 발적이 1~2주 내 생기고, 점막염이 곧 동반되며, 궤양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또 타액선에 영향을 미치면 미세혈관 구조 파괴로 타액선 위축, 섬유화, 변성을 일으킨다. 이는 구강 건조증으로 나타난다. 이 외에도 다발성 방사선 치아 우식증, 구강 건조증으로 인한 치주염 심화, 저작근 섬유화 등이 생길 수 있다.

◇구강 건조증

이 중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가 구강 건조증이다. 변 교수는 "두경부암을 제거한 후 방사선 치료를 하면 주변 조직이 망가진다. 방사선 치료를 하면 침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입안이 갈라지고 따갑고 아프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구강 내에는 귀밑샘, 턱밑샘, 혀밑샘과 같은 타액선이 있는데, 성인은 하루 평균 약 1.5ℓ 침이 분비된다. 침은 윤활 작용, 소화 작용, 청정 작용, 중화 작용, 완충 작용, 살균 작용, 면역 작용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구강 건조증이 있으면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고, 말을 하기 힘들고 음식을 먹기도 어렵다. 구강 점막에 통증이나 불편감이 있고 음식 맛을 잘 느낄 수 없으며 입 냄새가 난다.

구강 건조증은 암환자만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변 교수는 "60세가 넘어가면 침 분비가 잘 되지 않아 혀가 갈라지거나 한다. 침은 균을 씻어내기도 한다. 따라서 침 분비가 잘 되지 않으면 치아가 빨리 상하고 치주염이 심해진다. 입을 다물고 벌리는 저작근이 굳어 입이 잘 안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입안 위생을 챙기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구강 건조증이 있으면 부드러운 칫솔로 구강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술이나 담배, 양념을 많이 한 자극성 음식은 줄이고, 물을 자주 마시거나 헹궈 입안을 적시는 것이 좋다.

◇방사선 골 괴사

방사선 골 괴사는 두경부 영역에 방사선 요법을 한 후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심한 합병증의 하나다.

변 교수는 "종양 세포를 파괴할 정도로 방사선을 쏘이면 뼈가 비생활화돼 괴사한다. 하악골이 상악골에 비해 더 치밀하며 혈행이 적어 방사선 골 괴사가 더 많이 생긴다. 잘 낫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골 괴사가 생기면 입이 잘 벌어지지 않고 냄새가 많이 난다.

방사선이 턱 뼈에 영향을 미치면 턱 뼈가 부러지기도 하는데, 뼈를 연결하는 침을 박아도 재생 능력이 떨어져 부러진 뼈가 잘 붙지 않는다. 이때는 부러진 단면을 신선한 피가 나올 때까지 잘라내고 뼈를 접합하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항암제와 구강

방사선 요법처럼 항암제 역시 종양세포와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세포에 작용해 세포를 파괴하고 성장을 억제한다. 그런데 암 세포만 죽이는 것이 아니다. 세포분열 속도가 빠른 정상 세포도 영향을 받는데, 구강과 위장관 내 상피세포, 골수세포 등이 해당한다.

항암제 치료를 하면 백혈구 수가 감소해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치성 감염이 악화되기도 하고, 구강 캔디다증이 생길 수도 있다.

경상대병원 치과 변준호 교수. /이원정 기자

◇방사선 치료 전 발치

변 교수는 "두경부에 방사선 치료를 할 때는 나쁜 부분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치수염, 치주염에 의한 골수염으로의 진행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적극적인 발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 교수는 "치아는 아주 중요하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살리는 것이 맞다. 하지만 못 살리는 경우에는 빨리 빼고 뼈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사선 치료를 하게 되면 치주염이 악화되는데, 심하게 진행된 후에는 입이 잘 벌어지지 않고 치아를 빼기도 쉽지 않다. 변 교수는 "치아 우식증과 같은 문제가 있어도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방치하는 사이에 균이 치아 신경을 조금이라도 침범하면 치아 뿌리까지 쉽게 침범하게 된다. 그러면 골수염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치아 뿌리 끝은 뼈 안에 있다. 주위에는 골수강이라는 공간이 있어 병소가 뿌리를 침범해도 이 공간 때문에 아프지 않다. 이때는 통증이 없어도 이미 치아를 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바른 이 닦기

암 환자라고 해서 구강 관리 요령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기본은 같다. 또한, 암 환자만 치아 관리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

변 교수는 "건강의 기본은 구강관리에서 시작한다. 이제까지 가볍게 여겼던 고령자 구강 관리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입안이 청결해야 상쾌하고 식욕이 좋아져 체력이 강화된다. 그래야 구강을 잘 사용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변 교수는 "이를 하루에 몇 번 닦는 것이 좋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2번? 3번?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그런데 이를 닦는 횟수보다 잘 닦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루에 한 번을 닦더라도 잘 닦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닦는 것이 잘 닦는 것일까. 변 교수는 "치아 자체를 잘 닦는 것도 좋지만, 치아와 잇몸 사이를 잘 닦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보통은 치아 머리를 위주로 칫솔질을 한다. 세균은 1㎜ 틈만 있어도 수십만 마리가 들어갈 수 있다. 세균이 치아를 부식시키고, 그 사이로 음식물이 들어가는 악순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잇몸에서 피가 나오면 이를 잘 못 닦은 것이다. 피가 나면 대부분 그 부위를 피하게 되는데 더 열심히 닦아 피를 많이 내야 한다. 여기에 잘 듣는 약은 없다"고 말했다.

변 교수가 다시 던진 질문. 스케일링은 얼마마다 하는 것이 좋을까. 6개월? 1년?

변 교수는 "스케일링은 한 번 하면 하지 말라고 한다.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하고 난 후 이를 잘 닦고 관리를 잘 하라는 뜻이다. 3~4개월마다 치과를 방문해 입안에 문제가 없는지 구강 관리 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세 번째 질문. 하루에 딱 한번 이를 닦을 수 있다면 언제 닦는 것이 좋을까.

답은 '자기 전'이다. 변 교수는 "침, 즉 타액은 기본적으로 좋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든 타액이 좋은 것은 아니다. 밤에 나오는 타액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밤에는 끈적한 침이 나오는데, 이것은 치면 세균막, 즉 치태를 형성한다. 여기에 세균이 붙어 독소가 생기고 잇몸이 붓고 치석이 생기게 된다.

변 교수는 "치면 세균막은 잇몸과 이에 걸쳐 있다. 잇몸에서 피가 난다면 이미 병이 진행된 것이다. 치면 세균막을 없애려면 양치질을 잘 하면 된다. 하지만 잇몸이 부으면 아프니까 그 부위에 양치질을 더 안하게 된다. 그러면 치석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때 칫솔질을 위아래로 해야 한다, 혹은 옆으로 해야 한다 등 여러 방법이 이야기됐다. 이에 대해 변 교수는 "요즘은 그런 것은 의미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잇몸 부위도 양치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잇몸 사이를 양치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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